사회 사회일반

편의점도 파는 소화제, 화상투약기선 또 제동

품목확대 계획에 복지부 "반대"

소독약 등 일반의약품 못 다뤄

"약사단체 눈치 과도하게 보는것"

쓰리알코리아 관계자가 일반의약품 스마트 화상판매기에서 약사와 원격 복약 상담하는 과정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 제공=쓰리알코리아쓰리알코리아 관계자가 일반의약품 스마트 화상판매기에서 약사와 원격 복약 상담하는 과정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 제공=쓰리알코리아




약국이 문을 닫는 늦은 밤 또는 공휴일에 약사와 원격 상담을 거쳐 일반의약품 구매가 가능한 화상투약기의 품목 확대가 좌초 위기에 놓였다.



1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작년 3월 규제샌드박스 실증 특례를 시작한 ‘일반의약품 스마트 화상판매기(화상투약기)’의 부가조건 변경에 대해 ‘불수용’ 의견을 제시했다. 개발사 입장에서는 소독약, 소화제 등 긴급 구매 수요가 높은 일반의약품을 취급하려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게 됐다.





화상투약기는 약사 출신인 박인술 쓰리알코리아 대표가 2012년 개발한 일명 ‘의약품 자동판매기’다. 기계 전면에 모니터와 음성 송수신 장비가 장착돼 환자가 증상을 말하면 약사가 약을 추천해준다. 약국이 문을 닫았을 때도 의사 처방전이 불필요한 일반의약품을 바로 살 수 있다. 약사법에 가로막혀 빛을 보지 못하다가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에서 조건부 승인을 받고 2023년 3월 수도권 약국 7곳에서 시범 운영하는 1단계 사업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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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알코리아는 2단계 사업에 앞서 건위소화제, 순환계용약, 사전피임약, 수면유도제 등 13개 약효군을 확대해 달라는 부가조건 변경 신청안을 냈다. 1단계 사업 당시 해열·진통소염제 등 11개 효능군, 53개로 취급 품목이 제한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현장 의견을 반영했다.

서울경제신문이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과기부와 복지부 주재로 약효군별 추가 취급을 검토하는 회의가 두 차례 열렸다. 특히 작년 11월 열린 1차 회의 당시 약대 교수 등 전문가들은 업체가 신청한 13개 효능군 중 상처연고, 소화제, 무좀약 등 6개 품목의 판매가 적절하다고 봤다. 나머지 7개도 처방전 없이 구매 가능한 일반의약품인 만큼 약사의 상담을 거치면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나왔다. 주무부처인 복지부의 반대로 판매 범위 확대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박 대표는 “소화제는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안전상비의약품에도 포함돼 있다. 안전성과 유효성을 근거로 허가된 일반의약품을 약사가 판매하는데 무엇이 문제냐”며 “복지부가 약사단체의 눈치를 보면서 규제샌드박스 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졌다”고 주장했다.

실증특례 업체의 조건변경 신청에 대해 규제부처가 불수용 의견을 내는 건 다소 이례적이다. 과기부 담당자는 “심의위 의결 등의 절차가 남았지만 주무부처의 의견이 바뀌지 않으면 결과가 바뀔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국민 건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안이라 더욱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업체의 요구 외에 부가조건을 변경해야 할 특별한 여건 변화가 없었다”며 “1단계 사업에 참여한 약국이 7곳에 불과해 내년 4월로 예정된 실증특례를 마치고 평가를 거쳐 결정하는 편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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