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를 움직여서 일본을 움직이겠다.”
5월 17일 일본 히로시마현 아키타카타시의 이시마루 신지 시장이 도쿄도지사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집권당이 지지하는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와 제1야당이 미는 렌호 전 참의원의 양강 구도가 예고된 선거에서 인구 2만 6000명의 작은 지방자치단체장, 그것도 정당 지원을 받지 않는 ‘완전 무소속’ 후보가 던진 무모한 출사표였다. 하지만 고만고만한 군소 후보 중 하나로 여겨졌던 그는 7월 7일 선거에서 득표율 24%로 고이케 지사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에 일본 정치권은 충격에 빠졌다. 이른바 ‘이시마루 쇼크’다.
1982년생 은행원 출신인 이시마루는 2020년 시장 선거에서 당선돼 정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불과 4년 만에 정계를 뒤흔든 돌풍의 주역으로 부상한 데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힘이 컸다. 시장 재임 시절 시의회를 향해 “부끄러운 줄 알라”며 날 선 비판을 쏟아내고 졸고 있는 의원을 질타하는 모습 등이 담긴 ‘짤 영상’이 인터넷상에서 확산되며 정치 불신에 빠진 젊은 세대와 무당파층의 인기를 얻었다. 기존 정당과 확실하게 선을 긋는 40대 젊은 정치인은 부패한 여당과 무능한 야당에 질린 유권자들에게 참신한 대안으로 각광받았다. 선거 고지일로부터 1주일간 유튜브에 쏟아진 그의 동영상 약 700편은 조회 수가 총 1억 2000만 회를 넘겼다.
선거 이후에도 ‘이시마루 쇼크’의 후폭풍은 여전하다. 이시마루는 낙선 뒤 차기 중의원 선거에 도전해 중앙 무대로 진출할 뜻을 내비쳤다. 이시마루 열풍을 무시할 수 없게 된 집권 자민당에서는 9월 총재 선거를 앞두고 중견·신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세대교체론이 일고 있다. 한 일본 매체는 “폐쇄적 정치 타파를 요구하는 민심이 새로운 대안을 찾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물론 “알맹이가 없다” “정치인이 아닌 유튜버” 등 각계의 비판도 있다. 그래도 이시마루가 무기력하게 변화를 거부해온 일본 정치권에 자성의 불씨를 던져준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민심은 외면한 채 진흙탕 싸움과 방탄에만 열심인 우리나라 여야 정치인들에게도 정신이 번쩍 들 만한 ‘쇼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