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부터 한국 가정 내 아이를 돌볼 외국인 가사관리사에 대한 인권 침해와 과다 업무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들은 내국 가사관리사처럼 대우받아야 하지만, 값싼 노동이 돼야 한다는 인식이 퍼진 결과다. 결국 고용노동부는 이들이 일할 가정에서 직접 업무 지시를 할 수 없다는 원칙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17일 고용부는 전일 노동계에서 낸 가사관리사에 대한 우려 논평들이 담긴 언론 보도 후 설명자료를 내고 “가사관리사는 사전 이용 계약에 명시된 업무를 수행한다”며 “이용자(가정)가 가사관리사에게 직접 임의로 업무 지시를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외국인 가사근로사는 내국 가사근로사처럼 대우 받고 일해야 한다. 시범사업 형태로 9월부터 한국에서 일할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은 가사근로자법 상 정부가 인증한 서비스 제공기관 중 2곳과 고용 계약을 맺었다. 가사관리사는 이들 제공기관과 이용 계약을 맺은 가정에 출·퇴근하면서 6개월 간 일한다. 올해 최저임금 시급 9860원을 적용받고 법정 4대 사회보험에도 가입한다.
하지만 외국인 가사관리사가 청소, 세탁 등 아이 돌봄을 위한 가사뿐만 아니라 동거가족에 대한 가사 업무를 할 수 있다는 업무 범위가 최근 공개됐다.
전일 노동계를 대표하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나란히 비판 논평을 냈다. 한국노총은 “이주 가사관리사가 아동, 임산부 외 동거 가족에 대해 ‘부차적이고 가벼운’ 가사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확인했다”며 “이는 가사관리사 1인에게 가구의 모든 돌봄서비스를 전가할 수 있는 애매한 조항이다, 노동자로서 인권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고용주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일을 시킬 가능성이 높다”며 “이주노동자 입장에서는 이를 거부하기 어려워 갈등이 발생하거나 부당 노동이 강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우려는 외국인 가사관리사가 한국에서 일하기 전부터 최저임금 적용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등 값싼 노동이 돼야 실효성이 높다는 여론이 퍼진 탓이다. 고용부와 시범사업을 함께 하는 서울시는 전일 외국인 가사관리사를 설명하는 자료에서 “하루 4시간 이용가정 부담액은 월 119만 원 정도”라며 “공공 아이돌보미 시간제 종합형(돌봄+가사) 부담액 월 131만 원에 비해 9.2%, 민간 가사관리사 부담액 월 152만 원에 비해 21.7% 저렴한 수준”이라고 장점을 소개했다.
고용부는 외국인 가사관리사 보호를 위한 관리·감독을 시범사업 관건으로 여기고 있다. 이들이 사전 약속된 업무만 수행하도록 업무 범위를 명확하게 할 방침이다. 이용자에게 이용계약 외 지시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교육을 통해 알릴 방침이다. 또 외국인 가사관리사 스스로 부당 업무 지시를 개선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든다. 하지만 9월부터 법무부는 고용부 시범사업과 달리 이용자가 직접 지시가 가능한 외국인 돌봄서비스를 선보일 방침이어서 현장 혼란은 가중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