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나도는 ‘트럼프의 성화’. 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암살을 피한 것을 두고 대선 판에 기독교 서사가 쏟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예전부터 개인숭배 풍토 조성에 노력했는데 이번 피격 사건으로 숭배가 더 강화됐다고 분석했다.
16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현재 보수진영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구국의 메시아처럼 보는 열성적인 지지가 정점을 찍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13일 유세 도중 총에 맞았으나 가벼운 부상만 입고 살아남은 것을 일종의 종교적 기적으로 인식하는 분위기 때문이다.
공화당 강경파인 마저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은 “나는 하나님의 손이 트럼프 대통령을 보호했다는 데 하나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소셜미디어 X에 “하나님이 트럼프를 보호하셨다”는 글을 올렸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도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경상을 입은 것을 ‘기적적인 일’이라고 언급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책사로 불리는 전략가 스티브 배넌은 “트럼프는 하나님의 갑옷을 둘렀다”고 찬양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기독교 서사 덧씌우기’가 트럼프 개인숭배를 유도해 온 선거캠프의 전략과 연관이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에식스대학교의 정치학자 나타샤 린드스테드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 측근들이 수년 간 숭배풍토 조성에 공들여 왔다”며 “그들의 목표는 사람들이 자신들을 맹목적으로 숭배하게 하고 자신들의 초인적 자질을 신비롭게 여기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린드스테드는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구원자 행세를 하는 건 새롭지 않지만 피격 사건 이후 이런 언변이 종교적으로 발전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피격 사건 이후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아주신 분은 오직 하나님 한 분이었다”고 적었다.
보수진영에서는 하나님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어깨에 손을 얹고 있는 모습을 담은 그림까지 유행하고 있다.
공화당 전당대회를 찾은 대의원 잭 프렌더개스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어깨에 천사가 앉아있다”며 “하나님의 손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얼굴을 옆으로 움직이도록 했다”고 말했다.
향후 트럼프 전 대통령을 구심점으로 삼는 지지층이 이번 대선에서 더 강력하게 결집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개신교 복음주의 신도들은 공화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이자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이다. AP통신 여론조사에 따르면 2020년 대선 때 트럼프 전 대통령을 찍은 유권자 10명 중 4명이 백인 복음주의자였고, 백인 복음주의자 10명 중 8명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투표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유세장 피격 때 서류를 보려고 고개를 옆으로 돌린 덕분에 목숨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