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정책

美 '우군'에도 청구서 내밀어…반도체·2차전지 '살얼음판'

[세계 증시 '트럼프 리스크'] 변동성 커지는 韓증시

TSMC 2분기 실적호조 소식에

2% 넘게 빠졌던 삼전 상승 마감

트럼프 대세론에 풍력주도 흔들

방산은 지정학적 갈등 수혜 기대

'트럼프 트레이드' 이어질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 이틀째 행사에 참석해 지지자들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 이틀째 행사에 참석해 지지자들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주식시장이 11월 미국 대선을 4개월가량 남긴 시점부터 휘청거리는 것은 그 어느 때보다 현지 선거 윤곽이 일찌감치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대통령의 건강 문제가 부각되는 가운데 이달 13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 사건까지 겹치면서 시장 참여자 대다수는 미국 대선 판세가 급격하게 공화당 쪽으로 기울었다고 보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확률이 크게 뛰면서 당분간 정책 피해·수혜 업종을 중심으로 증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 증시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실제 18일 코스피지수와 반도체 기업 주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존재감에 따라 하루종일 롤러코스터를 탔다. 코스피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격적인 보호무역주의 기조에 발목을 잡혀 장중 한때 2799.02까지 밀렸다가 장 막판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2분기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거뒀다는 소식에 힘입어 하락분을 겨우 만회했다. 장 초반 3% 가까이 급락했던 삼성전자(005930)도 반등에 성공해 0.23% 상승으로 거래를 마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증시 영향력이 본격적으로 확대된 시점은 피격 사건이 있던 13일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크게 높아지자 15일부터 이날까지 SK하이닉스(000660)(-8.80%)와 한미반도체(042700)(-4.36%), 주성엔지니어링(036930)(-11.00%), LX세미콘(108320)(-5.54%) 등 반도체주 상당수는 코스피(-1.14%)만도 못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10.19%), LG화학(051910)(-9.25%), POSCO홀딩스(005490)(-6.51%), 삼성SDI(006400)(-6.58%), 에코프로(086520)(-3.16%), 에코프로비엠(247540)(-6.90%) 등 2차전지주와 한화솔루션(009830)(-6.24%) 등 태양광주, SK오션플랜트(100090)(-4.92%), 씨에스윈드(112610)(-6.57%) 등 풍력 관련주들도 내리막길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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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7.10%), 한화시스템(272210)(6.61%), 현대로템(064350)(5.76%), LIG넥스원(079550)(12.14%) 등 방산주는 이 기간 지수를 역행하듯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방산주뿐 아니라 HD현대중공업(329180)(7.23%), HD현대미포(010620)(0.40%), 삼성중공업(010140)(11.82%), HD한국조선해양(009540)(6.88%) 등 조선주와 현대건설(000720)(4.54%), GS건설(006360)(12.09%), HDC현대산업개발(294870)(15.53%), 대우건설(047040)(6.52%), DL이앤씨(375500)(3.74%) 등 건설주도 조정장을 무색하게 하는 강세를 보였다. 한전기술(052690)(10.07%), 두산에너빌리티(034020)(0.48%) 등 원전주와 갤럭시아머니트리(094480)(45.23%), 우리기술투자(041190)(19.51%) 등 가상자산 관련주도 높은 오름 폭을 보였다.

해당 기간 외국인투자가들은 삼성중공업·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을 집중 순매수하고 SK하이닉스·LG화학 등을 순매도했다. 기관도 현대로템·HDC현대산업개발 등을 사들이면서 LG에너지솔루션·SK하이닉스 등은 팔아치웠다. 사실상 주식시장에서는 이미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을 기정사실화하기 시작한 셈이다.

반도체주와 2차전지주·신재생에너지주 등이 약세를 보이는 것은 이들 국내 기업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에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16일 “대만이 우리의 반도체 사업을 모두 가져갔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인터뷰 발언이 한국 반도체 기업에도 불똥을 튀겼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자동차 100%를 전기차로 할 수는 없다”며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폐기할 수도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반대로 방산주의 경우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이후 지정학적 갈등 확산의 수혜를 볼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각국의 국방비 지출이 늘면서 국내 기업의 수주량도 늘 수 있다는 예측이 주가를 밀어올리고 있다.

원전주와 조선주 주가에는 친환경 에너지보다 화석연료 투자를 선호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향에 대한 기대가 반영됐다. 시장 참여자들은 미국의 화석연료 투자가 늘수록 액화천연가스(LNG)·액화석유가스(LPG)·암모니아선 발주가 증가할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아울러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는 외면받은 원전 에너지가 다시 관심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건설주의 경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조기 종식에 따른 전후 재건 수혜 업종으로 꼽힌다. 가상자산 관련주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잇단 가상자산 우호 발언의 덕을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돌발적인 언행이 11월 대선까지 시장을 지속적으로 자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트럼프의 집권 경험이 있어 수혜주를 찾으려는 시장 참여자의 눈치 작전도 한층 더 치열해질 가능성이 있다. 김성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경기 둔화가 가파르게 진행되지 않는 이상 ‘트럼프 트레이드(트럼프 전 대통령 수혜주에 베팅하는 현상)’가 대선 전까지는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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