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기차 대중화를 이끌 ‘쌍두마차’인 현대차(005380) 캐스퍼 일렉트릭과 기아(000270) EV3의 질주가 예사롭지 않다. 다음 달부터 고객 인도가 시작되는 두 차종은 사전계약 단계에서부터 나란히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하반기 합산 판매 2만 대를 무난하게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전기차 판매 투톱이 아이오닉5·EV6에서 EV3, 캐스퍼 일렉트릭으로 바뀔 수도 있다는 얘기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 EV3는 8월 초,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은 8월 중순 이후에 사전계약 대상 고객부터 차량이 본격적으로 인도될 예정이다. 전기차 대중화에 초점을 맞춰 가격을 크게 낮춘 만큼 두 차종에 대한 초반 반응은 뜨겁다.
6월부터 사전계약을 시작한 EV3는 3주 만에 1만 대를 돌파했다. 이달 중순까지 계약된 물량을 고려하면 최소 1만 5000대 이상의 주문이 확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EV3(롱레인지 모델)의 경우 1회 충전 시 주행 가능 거리를 501㎞로 늘리면서 가격은 3000만 원 중후반대(구매 보조금 포함)로 낮췄다. 연간 판매 목표량이 2만 5000대인 점을 고려하면 벌써 하반기 목표량 이상을 사전계약으로 채우는 데 성공한 셈이다.
이달 9일부터 사전계약을 시작한 캐스퍼 일렉트릭도 분위기가 좋다. 주행거리는 315㎞로 EV3보다 짧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주는 보조금을 감안하면 2000만 원대 초중반에 구입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광주글로벌모터스(GGM)가 위탁 생산하고 현대차가 판매를 맡는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캐스퍼 일렉트릭의 양산을 시작한 GGM은 당초 올해 생산 목표를 1만 7400대로 잡았지만 시장의 뜨거운 반응에 2만 1400여 대로 늘렸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국내에서는 하반기에 1만 대 이상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EV3와 캐스퍼 일렉트릭의 흥행 질주가 계속될 경우 현대차·기아의 베스트셀링 차종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현대차·기아의 인기 전기차 모델인 아이오닉5와 EV6의 판매량이 올 들어 나란히 주춤하고 있는 것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싣는다. 올 들어 6월까지 아이오닉5는 7128대, EV6는 5305대가 판매돼 합산 판매량은 1만 2433대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