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기업인 대만 TSMC 회장이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업체 ASML을 찾아 차세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구매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매를 확정했는지 여부는 불분명한 가운데 장비를 도입하게 되면 TSMC의 차세대 1㎚(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연구개발에 투입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8일 대만 연합보는 한 소식통을 인용해 웨이저자 TSMC 회장이 올 5월 ASML을 찾아 첨단 EUV 노광장비인 ‘하이(High) 뉴메리컬애퍼처(NA) EUV’ 구매 논의를 마무리했다고 보도했다. ASML은 최첨단 반도체 양산에 필요한 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업체다. 소식통에 따르면 해당 장비는 올해 가을께 대만 북부 신주 TSMC의 12팹(fab·생산 공장) 연구개발(R&D) 센터에 설치되며 차세대 1나노 관련 공정인 ‘A10 기술’ R&D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웨이 회장의 방문은 당시 관계사 최고경영자(CEO)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알려진 바 있다.
또 다른 소식통은 5월 방문 때 가격 협상이 진행됐지만 실패했고 R&D 협력 장소를 네덜란드에서 신주의 TSMC로 이전하는 수준에서 일정 수준의 진전을 봤다고 밝혔다.
양측 소식통의 정보가 엇갈리는 가운데 TSMC는 최첨단 공정 확대를 위해 내년 설비투자 규모를 최대 50조 원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앞선 양산 기술은 3나노다. TSMC는 내년 2나노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TSMC는 이날 올 2분기 순이익이 2478억 4500만 대만 달러(약 10조 500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36.3%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블룸버그 예상치(2350억 대만 달러)를 웃도는 수치다. 웨이 회장은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조 바이든 행정부의 보조금 지급에 불만을 드러낸 것에 대해서도 견해를 밝혔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집권 시 중국을 상대로 대만을 방어하겠느냐는 질문에 “대만은 방어를 위해 우리에게 돈을 내야 한다”며 “대만이 우리나라에 새 반도체 공장을 짓도록 수십억 달러를 주고 있지만 그들은 이후에 다시 자기 나라로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한 대비책이 있냐는 질문이 나오자 웨이 회장은 “지금까지 해외 확장 계획은 변하지 않았다”며 “우리는 미국 애리조나에서, 일본의 구마모토에서 사업을 넓히고 있고 아마도 미래에는 유럽에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다. (전략에) 변화는 없다”고 다시 한 번 명확하게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