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직원들을 위한 공제회인 양우회가 신한투자증권을 상대로 신탁금 회수 소송을 제기해 일부 승소했다. 투자를 권유한 신한투자증권이 투자자 보호 의무를 위반해 손해배상을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7부(이승원 부장판사)는 양우회가 신한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등 소송에서 이달 12일 “신한투자증권은 원고에게 27억 9091만 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양우회는 2019년 4월 신한투자증권에 신탁금 총 50억 원을 신탁하며 특정금전신탁계약을 체결했다. 신한투자증권이 신탁금으로 NH투자증권이 발행하는 A 파생결합증권(DLS)을 인수해 신탁재산으로 운용하는 게 골자인 계약이었다. A DLS는 금 무역 거래에 필요한 신용장 개설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목적으로 케이맨제도에 설립된 펀드를 기초자산으로 했다. 이후 펀드를 운용하는 투자운용사와 투자자문사가 펀드 상환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만기 연장을 통보했다. 2021년 5월로 만기가 연장된 후 현재까지도 나머지 투자 원금을 상환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양우회는 “신한투자증권이 투자를 권유했던 당시 DLS와 펀드의 안전성만을 강조했고 투자 위험에 대해 적절히 조사하지 않았다”며 투자자 보호 의무 위반으로 손해배상을 제기했다.
법원는 양우회의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신한투자증권은 NH투자증권으로부터 2019년 두 차례 투자 위험 등을 지적하는 내용의 법률검토의견서를 전달받았지만 이를 원고 측에 알리거나 전달한 사실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히려 신한투자증권은 원고에게 보낸 e메일과 DLS 상품제안서 등에 ‘어떤 이슈 상황에서도 펀드는 은행으로부터 이자 지급을 보장받고 펀드가 제공한 자금은 오로지 행의 신용장 개설을 위해서만 사용된다’고 설명했다”고 판시했다. 투자자들의 투자 원금과 이자의 회수가 보장될 수 있는 것처럼 표현하는 등 잘못되거나 불충분한 설명이 있었다는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신한투자증권의 양우회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60%로 제한해 지급액을 약 28억 원으로 설정했다. 재판부는 “양우회는 2019년 8월 한국금융투자협회로부터 ‘전문투자자’로 지정받았다”며 “원고와 같은 전문투자자가 이 사건 펀드의 내재된 위험성을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짚었다.
노종언 법무법인 존재 대표변호사는 “전문투자자는 투자 상품에 있어서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 투자할 용의가 있는 자로 취급한다”며 “손해배상책임을 100%로 인정받는 경우가 드물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신한투자증권은 A DLS를 직접 발행한 위치에 있지 않기 때문에 투자 위험 등에 관한 직접 정보를 수집하거나 조사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NH투자증권을 상대로 한 청구도 “신탁계약을 체결한 것은 신한투자증권이지 NH투자증권이 아니다”라면서 “원고와 NH투자증권 사이에는 아무런 계약관계가 없다”고 설명하며 기각했다.
양우회와 신한투자증권 양측은 아직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하지는 않은 상태다. 노 변호사는 “금액을 더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기 때문에 항소 실익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동일한 상품에 대하여 DLS 발행사인 NH투자증권의 일부 책임을 인정한 관련 대법원 판결에 근거해 NH투자증권에 귀책을 추가로 요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