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잇따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언급한 것에 대해 ‘미련’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향후 미북 관계에 대해서는 미국의 행동에 달려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조선중앙통신은 23일 '조미대결의 초침이 멎는가는 미국의 행동 여하에 달려 있다'는 제목의 논평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18일(현지 시간) 김 위원장을 여러 차례 거론한 것을 짚었다.
통신은 "트럼프가 수락연설에서 우리를 두고 '나는 그들과 잘 지냈다', '많은 핵무기나 다른 것을 가진 누군가와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다' 등의 발언을 했다"며 "조미(북미)관계 전망에 대한 미련을 부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 당국자의 실명 성명 등에 비해 수위가 낮은 조중통의 논평 형식이지만 북한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김 위원장 언급에 대해 반응을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통신은 과거 클린턴 정부에서 미국과 맺은 북미기본합의서가 부시 행정부 들어 파기된 사례를 거론하며 미국을 "국가 간 조약이나 합의도 서슴없이 뒤집는 정치후진국",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신의 없는 나라"라고 비판했다. 이어 "불순한 기도가 깔려있는 대화, 대결의 연장으로서의 대화는 애당초 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통신은 미국이 핵전략자산을 전개하고 첨단 무장장비를 증강하며 핵작전운용까지 예견하는 상황에서 나오는 대화 제안을 믿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미국은 조미 대결사의 득과 실에 대해 고민해보고 앞으로 우리와 어떻게 상대하겠는가 하는 문제에서 옳은 선택을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조미대결의 초침이 멎는가 마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미국의 행동여하에 달려있다"고 적었다. 향후 북미 대화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미국의 핵전략 자산을 전개하지 않는 등의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에 대해 통일부의 한 관계자는 “당국자의 성명이 아닌 조중통 논평 형식인 것을 보면 조심스러운 반응이었다고 평가된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사이 친분 관계를 인정하면서 향후 미북 관계는 전적으로 미국의 행동 여하에 달려있다고 하면서 미국의 대북 정책 기조를 변경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