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기·벤처

투자 빙하기에도…성장가도 달리는 '자수성가' 스타트업

[스타트업 스트리트]

알라미, 12년 간 투자 유치 없이 경영

핵심 경쟁력 집중해 작년 영익 131억

시마크로, 디플리도 흑자 기조 유지해

"수익성 담보 기업에 투자자도 주목"


대규모 투자 유치 없이 자체 자금을 바탕으로 사업을 키워온 스타트업들이 투자 시장 빙하기를 뚫고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재정 균형과 사업 모델(BM)의 지속 가능성 등 각종 수익성 지표를 깐깐하게 관리해온 덕에 투자 시장이 얼어붙었음에도 흔들림 없이 사업을 확장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최근 벤처 투자 시장에서는 사업 아이디어, 성장성보다도 수익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어 스타트업 업계 흐름 전반 또한 재정 균형과 보수적인 자금 집행, 사업 전개에 더 집중하는 쪽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4일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알라미’ 운영사 딜라이트룸과 시마크로, 디플리 등 흑자 경영 기조를 유지해온 기업들이 최근 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서도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세계 1위 알람 앱인 알라미를 개발·운영하는 딜라이트룸은 지난해 매출 240억 원, 영업이익 131억 원이라는 호실적을 거뒀다. 영업이익률이 50%를 웃도는 탄탄한 실적의 배경으로는 안정성을 추구하는 신재명 대표의 경영 철학이 꼽힌다. 신 대표는 2012년 딜라이트룸을 설립한 이래 꾸준한 흑자 기조에도 무리한 사업 확장이나 투자 유치를 경계해 조직을 작게 유지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사업을 빠르게 확장하다 기존 서비스 안정성이 낮아지고 고객을 잃는 것보다는 사업 본질에 집중해 다소 느리더라도 꾸준하게 사업 확장을 도모하는 것이 낫다는 게 그의 경영 방침이다.

관련기사



딜라이트룸이 운영하고 있는 알람 앱 사업은 한 번이라도 앱이 작동하지 않는 ‘사고’가 터지면 이용자 신뢰를 잃어 위기에 봉착하기 쉽다. 전세계 어떤 스마트폰 구동 체제 하에서도 문제 없이 원활히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감안해 딜라이트룸은 약 10년 동안 흑자를 내면서도 대규모 투자를 받아 사업을 빠르게 키우는 것보다는 기존에 구축돼 있는 조직을 활용해 핵심 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길을 택했다. 딜라이트룸이 다른 기업 인수합병(M&A) 등으로 사업 확장에 나선 것은 영업이익이 100억 원을 넘어선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2018년 화학·바이오 전문 디지털 트윈(현실 세계를 디지털 등 가상 세계에서 구현하는 것) 스타트업 시마크로 또한 설립 초기 시드 투자(사업 개시 때 받는 극초기 자금) 단계 이후 투자 유치를 하지 않았다. 시드 투자는 통상 5억 원 내외로 사무실 보증금 및 초기 운영 자금 등 사업 개시를 위해서만 쓰인다. 시마크로는 기존 제조업과 달리 공정 조건이 복잡해 디지털 트윈을 만들기 어려웠던 화학·바이오 분야에서 디지털 트윈 솔루션을 만들어내며 HD현대오일뱅크, 삼성물산, CJ제일제당 등과 기술 검증(PoC)을 진행하고 있다. 시마크로 또한 최근 3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분야에서는 디플리가 2017년 설립 이래 시드 투자 외에는 투자금을 받지 않으며 시장 안착에 성공했다. 디플리는 소리를 전문적으로 분석하는 AI 엔진을 개발해 각종 산업 현장에 보안·안전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기계·설비, 건설 현장 등에서 평소와는 다른 소리가 나는 것을 AI가 포착해 이상 징후를 포착하고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핵심 사업이다. 이상 징후를 포착해 설비를 사전 점검하면 비용을 아끼는 효과도 있어 롯데건설, 한화테크윈, 인천교통공사 등이 디플리 솔루션을 활용한다. 디플리는 최근 2년 동안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한 벤처캐피털(VC) 투자 심사역은 “VC도 고금리로 자금 융통이 어려워져 자금을 대규모로 투입해 사업을 키우는 사업 모델에 투자하기는 어려워졌다”며 “수익성을 기반으로 사업을 안정적으로 키워나가는 기업들이 앞으로도 주목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덕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