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준금리가 조만간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하면서 23일(현지 시간) 열린 미국 2년 만기 국채 경매가 높은 입찰 수요를 기록하며 흥행했다. 투자등급 우량 회사채 역시 기준금리 인하 전 높은 수익률을 확보하려는 투자자들이 몰려 7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팔려나가는 모습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투자은행(IB) BMO캐피털마켓의 데이터를 인용해 이날 미국 재무부가 실시한 690억 달러(약 95조 5000억 원) 규모의 2년물 신규 국채 경매에서 프라이머리 딜러가 사들인 국채가 전체의 9%에 그쳐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프라이머리 딜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계약을 맺고 팔리지 않은 국채 물량을 사들이는 주요 IB를 뜻한다. 시장에서 국채 수요가 약할 때 프라이머리 딜러가 사들이는 국채 규모는 커지고 반대의 경우 줄어든다.
국채 매입 수요가 강해지면서 투자자들은 경매 전보다 0.025%포인트 낮아진 4.43%의 금리로 채권을 매입해야 했다. 이날 시장에서 2년물 국채금리는 전일 대비 0.02%포인트 내린 4.493%에 마감됐으며 10년물 역시 소폭 하락한 4.253%로 거래를 마쳤다. 채권금리는 가격과 반비례하며 수요가 몰려 가격이 뛸수록 금리는 낮아진다.
이달 들어 우량 회사채에 대한 월별 시장 수요도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수요가 높아지자 회사채 발행량도 급증한 가운데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달 미국 투자등급 채권 발행액은 922억 달러(약 127조 6000억 원)에 이른다. 1230억 달러가 발행됐던 2017년 7월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아직 7월이 끝나려면 1주일가량 남았지만 딜러들의 예상 발행액인 850억 달러를 훌쩍 뛰어넘었다.
전문가들은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와 관련된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는 것을 이 같은 수요 급증의 배경으로 꼽았다. 이르면 9월부터 금리를 인하해 수요를 부양할 것이라는 전망에 고금리 채권의 매력이 커진 것이다. 실제 기준금리 예측모델인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트레이더들은 9월 0.25%포인트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93.6%로 보고 있다.
회사채 시장의 경우 11월 대선을 앞두고 미국 기업들이 불확실성을 피해 자금 조달 일정을 서두르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는 보통 여름철에는 회사채 시장도 수요가 줄지만 올해는 기업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고 짚었다. 미국 시장조사 기관 크레디트사이트의 글로벌전략책임자인 위니프레드 시사르도 “11월 대선을 둘러싼 변동성을 대비해 기업들이 계속 일정을 앞당기는 ‘풀 포워드 효과’로 이달에 예상보다 더 많이 차입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블룸버그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우량 기업들은 올 상반기 8670억 달러를 차입해 팬데믹 기간인 2020년 이후 두 번째로 많은 금액을 조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