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펜싱의 간판인 오상욱이 2024 파리 올림픽 대한민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겨주었다.
오상욱은 28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그랑팔레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남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에서 튀니지의 파레스 페르자니 선수를 15-11로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올림픽 대한민국 선수단을 통틀어 나온 첫 금메달이다.
사격 공기소총 10m 혼성 경기에서 박하준(KT)-금지현(경기도청)의 은메달, 수영 남자 400m 자유형 김우민(강원도청)의 동메달에 이어 한국 선수단의 3번째 메달이 금빛으로 장식된 것이다.
생애 첫 출전한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8강에서 탈락했던 오상욱은 두 번째 도전에서 한국 남자 사브르 선수로는 최초로 올림픽 개인전 결승에 진출, 금메달을 땄다. 이전까진 남자 사브르에선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와 2021년 열린 도쿄 대회 때 김정환의 동메달이 올림픽 개인전 최고 성적이었다.
2019년 세계선수권대회, 2019년과 올해 아시아선수권대회,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개인전 금메달을 보유한 오상욱은 올림픽 금메달까지 거머쥐며 한국 펜싱 선수 최초로 주요 국제대회 '개인전 그랜드슬램'도 달성했다.
오상욱 “코치님이 ‘널 이길 사람 없다’ 용기 줘”
오상욱은 이날 첫 경기인 32강전에서 에반 지로(니제르)를 15-8, 16강전에서 알리 파크다만(이란)을 15-10으로 제압했고, 8강전에선 파레스 아르파(캐나다)를 15-13으로 따돌리며 순항했다.
도쿄 올림픽 개인전 은메달리스트 사멜레와의 준결승전에선 초반 0-3으로 잠시 끌려다녔지만, 상대 템포를 빼앗는 공격이 살아나며 1피리어드를 마쳤을 때 8-4 더블 스코어로 앞서며 은메달을 확보했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 나온 오상욱은 "한국의 첫 금메달인 줄은 끝나고 알았다"면서 "첫 금메달에, 그랜드슬램까지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 아주 큰 영광을 가져다 준 금메달"이라고 말했다.
오상욱이 꼽은 고비는 8강전이었다. 당초 8강에서 올림픽 4연패를 노리던 아론 실라지(헝가리)를 만날 것으로 점쳐졌지만, 실라지가 탈락하면서 파레스 아르파(캐나다)를 만났다.
그는 "사실 그 선수가 올라올 줄은 전혀 생각 못 했다. 데이터가 하나도 없어 힘들었다"면서 "중간중간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도 있었는데, 원우영 코치님이 '널 이길 사람이 없다'며 잡아주셨다"고 돌아봤다.
이어 "온몸에 땀이 엄청나게 났다. 긴장도 됐고 안 좋은 생각도 들었다"면서 "그때 뒤에서 코치님이 잘한다고, 할 수 있다고 해주셔서 힘이 됐다"고 했다.
오상욱은 올림픽 금메달을 따기까지 여러 고비를 넘겼다. 지난 2월 손목 부상을 당하며 컨디션을 회복하기까지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부상을 당한 뒤 자신감이 떨어졌는데, 마음가짐의 문제였다"면서 "오히려 더 격렬하게 훈련하면서 트라우마를 이겨냈다"고 말했다. 한솥밥을 먹었던 선배 김정환, 김준호가 대표팀을 떠난 것도 오상욱에겐 힘든 일이었다.
그는 "형들과 같이 한솥밥 먹으며 성장했는데, 그 형들이 은퇴하면서 큰 변화가 찾아왔다"면서 "후배들과 함께 새롭게 단체전에 나섰는데, 여러번 박살 나고 많이 졌다. 그때마다 자신감을 잃었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오상욱은 금메달을 확정한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른 얼굴이 바로 도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합작한 '어펜저스' 멤버라고 했다.
오상욱은 앞으로 단체전에 출격해 또 하나의 금메달을 노린다. 한국 펜싱 역사상 전례가 없었던 올림픽 2관왕이라는 새역사에 도전하게 된다.
그는 "개인전과 단체전 금메달을 비교하면 단체전이 더 좋다"면서 "단체전은 누군가가 못한 것을 메워주는, 함께하는 매력이 있다"면서 단체전 금메달에 대한 욕심을 내비쳤다.
한편 남자 수영 대표 선수인 김우민은 파리 라데팡스 수영장에서 열린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3분42초50에 터치패드를 찍어 동메달을 땄다. 예선 7위로 8명이 겨루는 결선에 오른 김우민은 1레인에서 감동의 역영으로 시상대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인터뷰 때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