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컬러 강판 수출량이 64만 4000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2만 1000톤)보다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긴축 장기화와 중국산 저가 철강 공세 등으로 철강 시황이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컬러 강판이 수출 효자 상품으로 떠오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28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6월 국내 컬러 강판 생산 8개사의 수출량이 10만 3800톤을 기록했다. 6월 수출이 10만 톤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컬러 강판은 냉연 강판, 아연도금 강판 등에 색을 입혀 원하는 소재의 무늬와 질감을 구현해낸 제품으로 건축 내외장재와 냉장고·세탁기·TV 등의 가전제품에 주로 쓰인다. 국내에서는 동국씨엠(460850)과 KG스틸·포스코스틸리온(058430)·세아씨엠 등이 주력 생산사다.
컬러 강판은 2020년 코로나19 사태 직후 주목을 받았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인테리어와 가전제품 수요가 늘었고 컬러 강판 수요도 덩달아 늘었다. 2022년 하반기부터 다시 건설 경기 불황 등 영향으로 시황이 좋지 못했지만 업계는 해외 수출로 답을 찾았다. 내수 판매량은 지난 3년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반면 수출량(1~6월 상반기 기준)은 2022년 58만 3000톤에서 2023년 52만 1000톤, 2024년 64만 4000톤으로 불황 속 상승세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수요가 한계를 보이는 상황에서 해외시장 개척에 나섰고 현재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며 “다른 철강 제품에 비해 중국의 영향도 아직 크지 않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컬러 강판 수출량은 코로나19 혜택을 받은 2021년(134만 8000톤)을 제외하고는 120만 톤 전후를 오르내렸다. 하지만 올해는 상반기 이미 65만 톤에 가까운 수출량을 달성한 가운데 140만 톤 이상도 가능하다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국내 컬러 강판 점유율 1위인 동국씨엠은 앞서 지난해 3월 멕시코에 제2코일센터를 준공하며 해외 진출에 나섰다. 총 180억 원을 투자해 연간 7만 톤의 컬러 강판 가공 능력을 갖췄다. 생산된 제품은 대부분 삼성전자의 멕시코 공장에서 소화된다. 동국씨엠은 2030년까지 해외 수출 거점을 7개국 8곳으로 확장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멕시코·인도·태국 3개국 3개 거점을 가지고 있지만 미국·유럽·호주 등에 추가 진출해 해외시장 장악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컬러 강판의 성장세는 실적에서도 이미 드러나고 있다. 동국제강(460860)그룹의 철근·형강·후판 등 제품을 주력으로 생산하는 동국제강은 26일 올 2분기 영업이익이 405억 원으로 올 1분기 대비 23% 감소했다고 공시했다. 순이익도 20.5% 감소한 231억 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컬러 강판이 주력인 동국씨엠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올 1분기 대비 22% 증가한 291억 원을 기록했다. 순이익도 229억 원으로 7.3% 늘어났다. 동국씨엠의 상반기 누적 실적은 매출 1조 1193억 원, 영업이익은 529억 원, 순이익은 442억 원에 달한다. 동국씨엠은 “전방 산업 수요가 침체하면서 생산·판매량이 소폭 감소했으나 고환율 속 수출 비중을 확대했다”며 “럭스틸·앱스틸 등 고부가 프리미엄 컬러 강판 제품 위주로 수익성을 높여 실적을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그룹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포스코홀딩스는 25일 올 2분기 실적이 연결기준 매출 18조 5100억 원, 영업이익 7520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8%, 43.3%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포스코는 철강 부문과 관련해 “지난해 4분기를 기점으로 실적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면서 “포스코 고로 개수 등 영향으로 생산과 판매가 줄어 전 분기 대비 매출은 다소 줄었으나 판매가격 상승 및 원료비 감소의 영향으로 영업이익은 소폭 증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포스코그룹에서 도금 강판 및 컬러 강판 생산을 맡고 있는 포스코스틸리온은 올 2분기 매출 3165억 원, 영업이익 122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6%, 11.9% 증가했다. 포스코스틸리온은 옥수수추출물을 활용한 ‘바이오매스’ 컬러 강판 등 고수익·친환경 제품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개선해 사업을 확장해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