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차세대 연료전지의 기술적 한계를 극복했다. 배터리(이차전지)에 비해 충전이 필요없고 수소 생산도 가능하다는 이점을 가진 연료전지의 성능을 한층 높여 상용화를 앞당기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지호일 수소에너지소재연구단 박사와 최시혁 금오공대 교수 공동 연구팀이 차세대 연료전지인 ‘프로톤(수소 이온) 세라믹 전지(PCC)’의 전해질을 비교적 낮은 소결 온도에서 합성하는 신기술을 개발했다고 28일 밝혔다. 연구성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티리얼즈’에 최근 게재됐다.
연료전지는 수소와 산소의 전기화학적 반응을 통해 전기를 만드는 발전 시스템이다. 연료인 수소와 산소를 공급하면 장시간 충전 과정 없이 작동 가능하며 전기 생산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발전으로도 주목받는다. 이 중 PCC는 산소 이온을 전달하는 기존 방식 대신 크기가 작은 수소 이온을 전달해 더 고온에서 작동한다. 고온에서 작동하면 연료를 전기로 바꾸는 전력 변환 효율을 더 높일 수 있다.
하지만 PCC는 내부에서 수소 이온이 오가는 통로인 전해질을 제작하는 데 공정상의 한계가 있다. 물질을 분말로 만든 후 녹는점 아래에서 열을 가하면서 압착해 서로 엉겨붙게 하는 과정인 소결에 1500도 이상의 고온 환경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구성물이 휘발되거나 석출되고 이것이 전해질의 성능을 떨어뜨린다. 소결 온도를 낮추는 것이 PCC 상용화의 관건인 셈이다.
연구팀은 소결 온도를 낮출 수 있는 새로운 전해질 합성법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기존에 하나의 화합물로 분말을 만드는 대신 두 종류의 화합물을 혼합했으며, 이를 통해 소결 온도를 1400도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두 화합물이 소결 특성이 우수한 하나의 화합물로 합성되는 소결 가속화 현상을 응용한 것이다. 연구팀은 이렇게 만든 PCC 전해질이 성능 저하 없이 600도 온도에서 기존보다 2배 높은 출력밀도를 가진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대면적 전지 제작 과정에 이번 공정을 적용해 PCC를 상용화하는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지 박사는 “PCC 제작 과정 중 고질적인 소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며 “대면적화 기술이 성공적으로 개발되면 전력 생산과 수전해를 통한 그린수소, 원자력 발전소의 폐열을 활용한 핑크수소 생산 기술로 활용해 에너지의 효율적인 관리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