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민(23·강원도청)의 수영 인생을 집약한 ‘3분 42초 50’짜리 드라마 한 편이었다. 레인 가장 끝에서 불리한 물살을 뚫으며 앞으로 나아갔고 결국에는 메달을 목에 걸었다. 12년간 끊겼던 한국 수영의 메달 명맥을 다시 이은 순간이었다.
28일(이하 한국 시간) 프랑스 파리 라데팡스 수영장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수영 경영 남자 자유형 400m 결선. 1번 레인에서 출발한 김우민은 3분 42초 50에 터치 패드를 찍어 3분 42초 64의 새뮤얼 쇼트(호주)를 제치고 동메달을 차지했다. 금메달은 3분 41초 78의 루카스 마르텐스(독일), 은메달은 3분 42초 21의 일라이자 위닝턴(호주)이었다.
김우민은 몇 년 전만 해도 무명에 가까운 선수였다. 2021년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개인전에는 출전도 하지 못했고 단체전인 계영 800m 멤버로 나서 13위로 예선 탈락했다. 하지만 2022년 부다페스트 세계 선수권 6위(3분 45초 64), 2023년 후쿠오카 세계 선수권 5위(3분 43초 92)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그리고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3관왕(남자 자유형 400·800m, 남자 계영 800m)과 올해 2월 도하 세계 선수권 금메달(3분 42초 71)로 세계 무대에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이날 김우민이 보여준 역영은 그의 수영 인생과 닮아 있었다. 예선에서 7위(3분 45초 52)에 그쳤던 그는 8위까지 주어지는 결선행 티켓을 가까스로 손에 넣으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결선 레인 배정은 예선 성적 순이라 김우민은 가장 바깥쪽에 자리했다. 우승권 선수의 레이스를 직접 견제하기 어렵고 선수들의 역영 간에 만들어지는 파도가 풀 바깥쪽으로 강하게 쳐 불리하다.
그러나 김우민은 결선 출발 총성이 울리자 8명 중 가장 빠른 반응속도인 0.62초 만에 물에 뛰어들었고 “막판에는 사지가 타 들어가는 느낌”의 한계를 이겨내고 자신의 첫 올림픽 메달을 거머쥐었다. 350m 구간까지 2위를 유지했고 마지막 50m에 3위로 한 계단 내려갔을 뿐이다.
한국 수영 선수가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것은 2012년 런던 올림픽 박태환(자유형 400·200m 은메달) 이후 12년 만이다. 경기 후 김우민은 “도쿄 올림픽 이후 3년 동안 준비한 시간이 동메달로 열매를 맺은 것 같다”며 “계영 800m에서 또 하나의 기적이 탄생하지 않을까”라고 했다. 김우민은 황선우 등과 함께 30일 오후 계영 800m에 나선다. 결선에 진출하면 31일 오전 5시 1분 또 하나의 메달을 향해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