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보험사들이 자본 건전성 지표인 신(新)지급여력제도(K-ICS·킥스) 비율을 높이기 위해 자본성증권을 잇따라 발행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영구채보다 이자 비용 부담 측면에서 더 유리한 후순위채 선호가 두드러졌다.
29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국내 3대 대형 생명보험사 교보생명은 이날 5000억 원 규모 후순위채(5년 조기상환권) 수요예측을 진행해 총 7000억 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교보생명은 신용등급이 ‘AA+’급으로 우량한 이번 후순위채의 발행 금리 희망 범위로 연 3.8~4.3%를 제시했는데, 연 4.19%에서 모집 물량을 채웠다. 한국은행의 4분기 기준 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아지고 이에 발맞춰 국고채 금리도 우하향 곡선을 그림에 따라, 부실 가능성이 낮으면서도 비교적 이자율이 높은 우량 자산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교보생명은 다음 달 6일 최대 7000억 원까지 증액해 발행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만약 증액 발행에 성공한다면 보험사의 후순위채 단일 발행 기준 최대 규모다. 증액 기준 발행 금리는 연 4.3%가 될 전망이다.
교보생명 외에도 다수의 보험사들이 자본성증권을 발행했거나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연초 롯데손해보험(000400)(A-), 푸본현대생명(A) 등 주로 신용등급이 ‘A급’으로 낮은 자본성증권 발행이 많았다면, 기준금리 인하가 가시화한 6월 이후부터는 현대해상(001450)화재보험(AA), 한화생명(088350)(AA-) 등 대형 보험사들도 대규모 발행에 나서기 시작했다.
자본성증권이란 만기가 길어 회계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분류되는 채권이다. 보험사들은 보험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새로운 회계제도(IFRS 17)와 킥스 비율이 지난해 도입됨에 따라 자본 건전성 지표를 높이기 위해 자본성증권을 발행해왔다. 킥스 비율이 높을수록 보험금을 지급할 능력이 충분하다는 의미다. 교보생명의 경우 킥스 비율이 1분기 말 238.9%로 당국 권고치(200%)를 웃돌지만 지난해 말(265.4%) 대비 26.5%포인트 떨어져 선제적으로 자본 확충을 꾀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목할 점은 보험사들이 영구채보다 후순위채 발행을 선호한다는 점이다. 올해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 영구채를 발행한 보험사는 한화생명이 유일했다. 교보생명만해도 지난해 5월 5000억 원어치 영구채를 발행했지만 이번에는 후순위채로 종목을 변경했다. 한화손해보험도 다음 달 2000억 원 규모 후순위채 발행을 준비 중인데 2022년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던 것과 달라진 모습이다.
이는 영구채보다 후순위채의 금리가 더 낮기 때문이다. 후순위채 만기가 일반적으로 10년인 반면 영구채는 만기가 없거나 30년 이상으로 길다. 또 영구채는 변제 순위가 후순위채에도 밀려 ‘후후순위채’라고도 불린다. 후순위채가 영구채보다 잔존 만기에 따라 자본 인정 비율이 줄어드는 부담이 있지만 조금이라도 이자 비용을 낮추기 위해 후순위채를 찾는 보험사들이 늘고 있다. 한 증권사 부채자본시장(DCM) 부서 관계자는 “기관들의 보험사 신종자본증권 수요가 비교적 약하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보험사 후순위채 발행이 더 많다”고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