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고물가 우려” 정부 압박에…우윳값 결국 ‘동결’

생산자 '26원 인상' 요구 무산

가공유 값은 리터당 5원 인하

분유·치즈값 등도 유지 전망

"유제품 자급률 48%로 높일 것"

29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우유. 연합뉴스.29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우유. 연합뉴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달 2일 “고물가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우유) 가격을 올리는 것과 소비는 반대이니 낙농 산업과 국민들 모두에 도움이 될 수 있게 협의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겉으로는 소비 감소 가능성을 얘기했지만 사실상 우유 값을 올리지 말라는 압박을 한 셈이다.

두 달여 만인 이달 30일 농식품부는 생산자와 유업계의 원유 가격 협상 결과 흰 우유의 원료인 음용유(마시는 우유)용 원유 값이 지난해와 같은 ℓ당 1084원으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치즈와 분유 등 가공 유제품에 사용하는 가공유 원유 가격은 ℓ당 882원으로 전년보다 5원 인하됐다.





이번 협상에 따른 가격이 다음 달 1일부터 적용됨에 따라 농식품부는 서울우유와 매일·남양 등 유업체가 흰 우유 가격을 동결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흰 우유 가격이 동결되면 카페라테와 같은 라테 음료 가격의 인상 요인도 사라진다. 농식품부의 한 관계자는 “생산비 상승 상황에서도 가격이 최초로 동결된 것”이라며 “소위 밀크플레이션으로 지칭되는 우유 관련 가공식품 가격 인상 우려도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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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정부의 압박에 생산자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밖에 없게 됐다는 점이다. 실제로 생산자 측은 우유 소비 감소와 멸균유 수입 증가, 사료비 상승에 농가 부채 증가를 이유로 ℓ당 최대 26원 인상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유업계도 아쉬워하는 모양새다. 한 유업체 관계자는 “가격 인상 요인이 여전히 있지만 원유 값이 동결된 데다 정부가 밀크플레이션 우려가 없을 것이라고 사실상 못 박아 제품 가격을 인상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농식품부는 이에 대해 “생산자 쪽에서도 전반적인 물가를 고려해 정부 정책에 협조하기로 한 것”이라며 “직접적인 압박이나 요구가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농식품부는 이날 낙농 산업 중장기 발전 대책도 발표했다. 정부는 저비용 원유 생산 체계를 구축하고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유제품 생산·유통 비용을 낮춰 지난해 44.8% 수준이던 유제품 자급률을 48%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원유 가격 산정 체계를 개편해 낙농 업계의 생산 비용을 낮추기로 했다. 유지방 비중이 3.7~3.8%인 경우 ℓ당 56원의 인센티브를 주는데, 이 인센티브를 30원으로 낮춰 농가들이 굳이 비용이 많이 드는 사료를 먹이지 않아도 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낙농산업에 진입하려는 청년농이나 산업 규모를 키우려는 기존 농가를 위해서는 기준 원유량(쿼터)과 시설을 빌릴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해 비용 부담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저렴한 수입 멸균유와 경쟁할 수 있도록 국내산 저가 흰우유 공급을 늘리고 소비자의 다양한 기호를 충족할 수 있는 제품 개발과 유업계의 신시장 개척도 지원한다. 송 장관은 “소비자가 합리적인 가격에 국산 유제품을 소비할 수 있도록 원가 절감 노력을 통해 국산 원유의 경쟁력을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세종=조윤진 기자·황동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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