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올림픽 개회식에서 일부 공연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해당 장면에 반나체로 등장했던 배우가 "평화의 메시지를 담은 것"이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29일(현지시간) 미국 CNN과 NBC 방송에 따르면 개회식에 파란 망사 옷을 입고 등장했던 프랑스 가수 필리프 카트린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벌거벗고 있었다면 전쟁이 일어났을까"라며 "나체 상태에서는 총이나 단검을 숨길 수 없기 때문에 아마 아닐 것이다"라고 말했다.
카트린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패러디한 개회식 공연에서 파란 망사 옷을 걸치긴 했으나 사실상 나체의 모습으로 꽃과 과일 모형에 둘러싸여 등장했다.
술과 욕망의 신 디오니소스를 패러디한 카트린느는 마치 술에 취한 듯한 표정과 자세로 익살스럽게 자신의 신곡 '벌거벗은'(Nu)을 불렀다.
이 노래 가사는 사람들이 태초에 태어났을 때처럼 벌거벗은 채 살았다면 전쟁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고, 부자와 가난뱅이도 없을 것이며, 날씬하든 뚱뚱하든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내용이다.
또 그는 이 노래가 가자 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평화의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카트린느는 "벌거벗은 사람은 무해하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라며 "그리스에서 올림픽이 시작됐을 때도, 그림을 보면 나체의 운동선수들이 그려져 있는데 이 역시 나체로는 무기를 소지할 수 없다는 생각이 오늘날의 올림픽에 반영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번 개회식 공연이 "자랑스러웠다"라며 "이것은 나의 문화다.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각자의 방식으로 살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그렇게 할 권리가 있다"라고 했다.
이번 디오니소스 분장은 분장 전문가 세 명이 3시간을 공들인 결과물이며, 카트린느 자신도 전신을 제모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카트린느가 등장한 장면은 기독교계의 거센 반발을 샀고 결국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이에 대해 사과하는 일도 있었다. 카트린느는 이에 대해 자신의 모습이 사람들에게 충격을 줬다면 "매우 미안하다"면서도 이는 자신의 의도가 아니고 '오해'로 인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기독교인으로 자랐고 기독교에서 가장 좋은 점은 용서"라며 "내가 누군가를 불쾌하게 했다면 용서를 구한다. '최후의 만찬'을 표현한 것이 아니었으므로 전 세계 기독교인이 용서해주고 오해였다는 것을 이해해줄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