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공지능(AI) 기업의 글로벌화를 위해서는 AI 규제를 조속히 도입해 국제 기준을 따라야 한다는 제언이 국회 세미나에서 나왔다. 이미 규제 체계가 갖춰진 해외로 국내 AI 기업이 순조롭게 진출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도 세계 표준에 맞는 법을 제정해 기업 설립 때부터 글로벌 규제 환경에 맞는 서비스를 개발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올 들어 유럽연합(EU)과 미국 등 세계 주요 지역은 AI 관련 법을 만들거나 행정명령을 공포해 'AI 표준 만들기’를 진행 중이다. 세미나에서는 범정부 차원의 육성책으로 국내 AI 기업의 글로벌화를 이끌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31일 국회에서 국제인공지능윤리협회(IAAE),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팀쿠키가 공동 주최한 ‘AI 기본법 제정 방향과 전망’ 세미나에서는 발표자로 나선 다수의 전문가가 국내 AI 규제 도입 필요성을 강하게 내세웠다.
연사로 나선 하정우 네이버 퓨처AI센터장 겸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센터장은 “이제 AI는 국가 이익 차원을 넘어 안보와도 직결되는 문제”라며 “국내 기업의 사업 확장을 위해서는 국회와 정부가 AI 관련 법안을 조속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남철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공지능정책과장 또한 “AI규제 불확실성 때문에 우리나라 기업이 세계 경쟁에서 뒤처지는 측면이 있다”며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AI법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체계를 갖춘 법안을 이번 국회 회기 때 빠르게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관·학을 비롯해 정계에서도 AI 규제 필요성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는 것은 빠르게 강화되고 있는 글로벌 규제 환경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AI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AI 규제를 가시화했다. 법 수준의 강한 규제는 아니지만 행정부 소속 부처와 기관이 AI 안전성을 평가하도록 하고 개인정보 보호 기준도 강화해 AI 대상 통제를 강화했다. 유럽연합은 올 6월 AI법을 제정해 AI 기업이 민감 개인정보를 추론하거나 사람들의 위험 행동을 유도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이를 어기면 3500만 유로(약 522억 원) 또는 해당 기업의 전년도 전세계 매출의 7%를 벌금으로 내도록 했다.
이에 국회와 정부가 추후 추진할 AI법 또한 글로벌 규제에 맞춰 AI의 악용 가능성을 사전 차단하는 방향으로 제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남 과장은 영국, 미국, 캐나다, 일본 등의 사례를 고려해 ‘AI 안전연구소’를 두고 AI 서비스의 위험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중 고위험 서비스는 정부가 규제하고 중·저위험 서비스는 시장 자율 규제에 맡기는 등 국내에서부터 글로벌 표준 준수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AI 위원회 설치, 고위험 인공지능 범위 규정, 생성형 AI 활용 여부 표시 등이 우리나라 AI법에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세미나에서는 국내 기업의 사업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수준의 규제는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글로벌 표준에 맞는 규제 환경을 조성하되 규제 수준을 과도하게 높여 국가 AI 경쟁력을 저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하 센터장은 “최근 프랑스가 아프리카 대륙을 돌며 자체 AI 모델인 ‘미스트랄’을 홍보하고 있다”면서 “정부와 기업과 한 팀이 돼 관련 기술을 확보하고 해외 진출도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