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공정위, '온플법 제정' 대신 '대규모유통업법 개정' 가닥

공정위, 원포인트 개정 추진

'온플법' 제정 오래 걸리고 쟁점 많아

자율규제 내에서 현행법 보완하기로

서울 강남구 티몬 본사 건물. 연합뉴스.서울 강남구 티몬 본사 건물.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티몬·위메프 등 통신판매중개업자도 대규모유통업법 적용을 받도록 ‘원포인트 핀셋’ 개정을 추진한다. 야당에서 추진 중인 ‘온라인플랫폼법’이 신규 제정될 경우 정부의 핵심 기조인 자율규제가 훼손될 수 있어 현행법의 틀 안에서 제도를 보완하기로 한 것이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2일 통신판매중개업자의 정산 주기와 관련해 “티몬 등 중개업자에 대해 규제할 수 있는 영역이 없다”며 “중개업자도 정산 주기 의무화에 들어갈 수 있는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현행 대규모유통업법 8조에 따르면 이마트 등 대규모 유통업자는 상품 판매 마감일로부터 40~60일 이내 납품 업자에게 대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기간을 초과해 지급하면 지연이자를 내야 하고 공정위는 이를 근거로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등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티몬이나 위메프와 같은 통신판매중개업자는 대규모 유통업자에 포함되지 않아 대규모 정산 지연 사태를 촉발한 것이다.



공정위는 이에 오픈마켓 중개업 전반을 대규모유통업법에 포함해 정산 주기 의무화 규정을 강제하는 ‘원포인트 핀셋’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번 사태를 키운 것으로 지목되고 있는 지나치게 긴 정산 주기도 단축해 법령에 포함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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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가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을 통해 오픈마켓 사업자를 규제하기로 한 것은 정치권이 추진하는 ‘온라인플랫폼법’의 경우 기업의 자율성을 지나치게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 정무위 야당 간사 강준현 민주당 의원은 플랫폼 기업과 입점사 간 불공정 행위 규제를 위해 ‘온라인플랫폼법’ 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법안에는 계약서 작성 시 주요 거래 조건이나 분쟁 예방을 위한 사항을 계약서에 명시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 같은 당 김남근 의원 역시 시장 지배적 온라인플랫폼 사업자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최혜대우 요구 등을 제한하는 온라인플랫폼 독점규제법을 발의했다. 야당의 온라인플랫폼 관련 법은 디지털 경제에 대한 과도한 규제로 산업 자체를 위축시킬 위험성이 제기된다.

공정위는 이에 자율규제 아래 현행 제도를 보완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앞서 “정산 주기와 관련해 당사자 간의 계약을 통해 정하도록 명시하는 자율규제 내용을 추진했다”며 “오픈마켓 사업자들이 다 그렇게 돼 있다”고 밝혀 자율규제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온라인플랫폼법과 같이 또 다른 개별 법률을 새롭게 만드는 방법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쟁점이 많아 추진에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이와 함께 전자상거래법 개정도 검토 중이다. 티메프 사태에서 소비자 청약 철회 및 환불과 관련된 피해가 컸던 만큼 이 부분을 명확히 살피겠다는 의미다. 공정위 관계자는 “관계 당국과의 협의를 거쳐 빠른 시간 내 제도 개선 방지책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금융 당국은 이에 더해 통신판매중개업자가 판매자에게 돌아가야 할 금액을 유용하지 않도록 제도를 보완하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 ‘티메프’ 사태가 60일에 달하는 긴 정산 시스템 악용보다는 오픈마켓 사업자들이 판매 대금을 정산 이외에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등 돌려막기를 한 것이 이번 사태의 본질인 만큼 판매 자금을 철저히 분산·관리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티몬·위메프 등 플랫폼 업체들의 에스크로 의무화 적용이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 에스크로 시스템은 은행 등 제3자가 결제 대금을 보관하고 물품공급·용역 서비스가 완료된 이후에 판매자에게 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현재 네이버·11번가·G마켓 등 대부분 온라인 사업자들은 의무가 아니지만 에스크로 계좌를 사용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도 “에스크로 도입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세종=배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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