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 논란에 휩싸인 여자 복싱 선수 이마네 칼리프(26·알제리)의 8강전 상대가 칼리프를 괴물로 묘사해 논란이 일고 있다.
호주 신문 시드니 모닝 헤럴드 등 외신은 3일(한국 시간) 헝가리 여자 복싱 언너 루처 허모리가 SNS에 칼리프와의 대결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며 적절치 않은 이미지를 게재했다고 전했다.
허모리가 올린 게시물은 뿔이 달린 근육질의 괴물과 날씬한 여성이 복싱 경기장에서 글러브를 끼고 서로를 노려보는 그림이다. 칼리프와 상대하게 된 것에 대해 이 같은 게시물을 올리며 직접적으로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게시물이 업로드 된 후 일부 팬과 언론은 허모리가 칼리프를 괴물에 빗댔다며 이는 올림픽 정신에 어긋난 행동이라고 비판했지만 허모리는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칼리프가 여자 종목에서 경쟁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그러나 지금은 이 상황에 관해 계속 신경 쓸 순 없다. 상황을 바꾸진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성별 논란을 겪는 또 다른 여자복싱 선수인 린위팅(28·대만)의 다음 상대도 비슷한 입장을 냈다.
불가리아의 스베틀라나 카메노바 스타네바는 "수많은 사람이 현재 상황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여자 복싱에 좋지 않다"고 밝혔다.
불가리아 복싱협회는 "우리는 모든 대회, 특히 올림픽에선 모든 선수가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해야 한다"며 에둘러 비판했다.
칼리프와 린위팅이 이번 대회에 정상 출전하면서 논란은 점점 커지고 있다. 두 선수는 2023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실격 처분을 받았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승인을 받고 이번 대회에 출전하게 됐다.
당시 우마르 클레믈레프 국제복싱협회(IBA) 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칼리프와 린위팅은 (남성 염색체인) XY 염색체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IOC는 성명을 통해 IBA의 결정을 뒤집고 두 선수를 감쌌다. IOC는 "모든 사람은 차별 없이 운동할 권리가 있다"며 "파리 올림픽 복싱에 출전하는 모든 선수는 대회 출전 자격과 참가 규정, 의료 규정을 준수해야 하고, 이번 대회는 이전과 동일하게 '여권'을 기준으로 성별과 나이를 정한다"고 전했다.
IOC는 "이 규정은 2023 유러피언게임, 아시안게임, 팬아메리칸게임 등 종합 국제대회와 올림픽 예선 대회에도 적용됐다"며 "이 규정으로 172개 국가올림픽위원회(NOC), 복싱 난민팀, 개인중립자격선수(AIN) 소속 1471명이 참가해 2000여번의 경기를 치렀다"고 소개했다.
예전부터 이어온 명확한 기준에 따라 칼리프와 린위팅이 파리 올림픽 출전 자격을 얻었기에, 두 선수의 경기 출전은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칼리프는 4일 새벽 0시 22분에 허모리와 8강전을 치른다.
린위팅은 4일 오후 6시 투르디베코바와 준결승 진출 티켓을 놓고 겨룬다.
한편 IBA는 IOC의 결정을 사실상 부정하는 조치를 취하며 맞서고 있다. IBA는 칼리프가 여자 복싱 66㎏급 16강전에서 안젤라 카리니(25·이탈리아)를 상대로 46초 만에 승리를 거둔 후에 "자격이 없다"는 입장을 냈다. 이후 IBA는 카리니에게 10만 달러(약 1억 3600만 원)의 상금을 수여하겠다고 발표했다. 우마르 클레믈레프 회장은 "카리니의 눈물을 볼 수만은 없었다"며 "(협회는) 이러한 상황에 무관심 하지 않으며 선수를 보호할 것"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이어 "왜 (그들이) 여자 복싱을 죽이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안전을 위해 자격을 갖춘 선수들만 링에서 경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