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이나의 우승은 사실 시간의 문제였다. 지난 4월 징계에서 복귀하자마자 여러 차례 우승 경쟁에 뛰어들었다. 상반기에만 준우승 3회를 포함해 다섯 번 ‘톱5’에 드는 활약을 했다. 경기 감각이 살아나자 숨어 있던 능력도 다시 깨어났다. 그리고 제주삼다수 마스터스 우승으로 마침내 ‘윤이나의 시대’를 예고했다.
윤이나의 기록도 빛나기 시작했다. 윤이나는 현재 골프 기량을 가장 객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평균타수 부문에서 1위에 나섰다. 69.88타를 기록해 69.90타의 박지영을 제쳤다. 70.10타의 박현경이 3위다. 상금과 대상 포인트 두 부문에서는 박현경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상금 순위는 9억 1860만원의 박현경에 이어 2위(7억 3143만원)다. 대상 포인트에서는 370점의 박현경을 315점의 윤이나가 바짝 뒤쫓고 있다.
다시 우승의 물꼬를 튼 윤이나가 그의 시대를 열 것으로 기대하게 하는 7가지 강력한 무기가 있다.
일단 당장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무대에 내놔도 드라이브 거리 10위 이내에 들 수 있는 압도적인 ‘장타 능력’이다. 현재 드라이브 거리 4위(253.74야드)를 기록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멀리 칠 수 있는 장타력을 갖고 있다. 드라이버를 잡지 않을 때가 많다 보니 평균 거리가 줄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윤이나가 드라이버를 잡고 티샷을 했을 때 같이 라운드하는 선수 보다 30야드 이상 더 보내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티샷 정확도 역시 장타자 중 높은 편이다. 현재 페어웨이 안착률에서 58위(71.07%)에 올라 있는데, 장타 1위 방신실과 장타 2위 황유민의 경우 85위(66.09%)와 84위(66.38%)를 기록하고 있다.
윤이나는 장타 능력 뿐 아니라 뛰어난 아이언 샷 실력을 갖추고 있다. 윤이나의 두 번째 무기인 셈이다. 현재 윤이나의 그린적중률은 80.30%로 2위다. 1위가 81.80%의 김수지이고 3위는 79.00%의 방신실이다. 파3홀 그린적중률은 윤이나가 1위(79.44%)다. 윤이나는 티샷을 멀리 보낸 뒤 짧은 웨지 공략으로 많은 버디 기회를 만들어 내고 있다.
윤이나의 세 번째 무기는 화끈한 버디 사냥 능력이다. 현재 윤이나는 4.25개로 평균 버디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2위가 4.04개의 방신실이고 3위는 3.97개의 박현경이다. 2008년부터 통계를 내기 시작한 KLPGA 투어 평균 버디 부문에서 4개를 넘은 선수는 그동안 4명 밖에 없었다. 2019년부터 나오지 않고 있는 평균 버디 4개 이상 기록을 윤이나가 6년 만에 도전하고 있다. 버디를 많이 잡기 위해서는 드라이버와 아이언 샷 뿐 아니라 퍼팅 능력도 따라줘야 하는데, 이번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에서 윤이나는 필요할 때 버디를 잡아 내는 감각적인 클러치 퍼팅 능력을 과시했다. 특히 홀에 따라 적절하고 현명한 코스 매니지먼트까지 보여주면서 버디 사냥 능력을 한껏 뽐냈다.
윤이나 시대를 예감하게 하는 다섯 번째 무기는 도전 정신이라고 할 것이다. 윤이나의 목표는 명확하다. LPGA 무대에서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쟁하는 것이다. 징계 기간에도 미국 미니 투어에서 뛰면서 준비했고 올해 퀄리파잉 토너먼트에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물론 LPGA 무대에 도전하겠다는 건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되고 싶다는 야심찬 목표를 가슴에 품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여섯 번째 무기는 제주삼다수 마스터스 2라운드 후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최고 장점으로 소개한 인내심이다. 어릴 때부터 인내심 강하다는 소리를 듣고 자랐다지만 흔히 예상할 수 있는 보통의 인내심이 아니다. 어린 나이로 징계 기간을 견뎌내고 짧은 시간에 예전의 능력을 다시 끌어낸 ‘극강의 인내심’이다.
무엇보다 윤이나의 최고 무기라고 할 수 있는 건 바로 그 인내심을 통해 극복한 고난의 시간일 것이다. 인내심으로 단련하고 단련한 강철의 시간이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지만 그 고난의 시간을 견뎌내는 게 결코 만만하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스스로 자초한 고난의 시간이었지만 세계적인 선수가 될 수 있는 자양분이 될 것이다. 바로 그 징계의 시간은 윤이나의 시대를 여는 7번째 무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