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트럼프 '10% 기본관세' 무역 협상카드로 쓸 것…韓기업 실탄 비축"

■여한구 前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 인터뷰

2기 출범 땐 약달러 기조 결합

제2 플라자 합의로 이어질수도

민관이 함께 대응 방안 마련을

해리스 집권땐 동맹압박 줄지만

기후변화·인권 등 기준 높아져

여한구 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1일(현지시간) 워싱턴DC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윤홍우기자여한구 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1일(현지시간) 워싱턴DC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윤홍우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한다면 보편적 기본 관세 10%를 6개월 뒤 발효하겠다고 선언한 뒤 그사이에 다른 국가들로부터 여러 현안에서 양보를 받아낼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 대선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간 ‘세기의 대결’로 치러지는 가운데 트럼프 집권 시 ‘보편적 기본 관세 10%’ 공약이 실제 시행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를 협상의 레버리지로 활용할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또 해리스 부통령이 집권한다고 해도 멕시코와의 자유무역협정(FTA) 등이 개편되는 등 미국의 무역장벽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한구(54) 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1일(현지 시간) 서울경제신문과 워싱턴DC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에서 만나 “트럼프의 기본 관세 10%나 대(對)중국 관세 60%, 또 피터 나바로가 언급한 상호 관세 등 관세와 관련한 여러 논의들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여 전 본부장은 국제경제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싱크탱크인 PIIE 선임연구원으로 활동 중이며 올해부터는 하버드 케네디스쿨 기업정부센터의 시니어 펠로도 겸하고 있다.



여 전 본부장은 트럼프의 기본 관세 10% 공약이 그의 약달러 기조와 결합해 ‘제2의 플라자 합의’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1971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도 무역적자가 높아지자 달러에 대한 금의 태환 금지를 선언하고 10% 기본 관세를 부과하면서 협상을 시작했다”면서 “4개월간의 협상 끝에 일본 엔화는 약 17% 절상됐고 이후 (닉슨이) 10% 관세를 폐기했다”고 밝혔다. 미국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도 아닌 만큼 트럼프 2기에서 얼마든지 재연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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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에 입성하면 취임과 동시에 무역전쟁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그는 “트럼프 1기 때는 좌충우돌과 혼란이 있었다”면서 “지금의 트럼프는 정확하게 누구를 데리고 일을 해야 원하는 목표를 빠른 시일 내 달성할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여 본부장은 누가 승리하느냐를 떠나 미국의 관세, 비관세 장벽은 더욱 높아지고 ‘바이 아메리카’ 기조는 강해질 것이라고 봤다. 특히 2026년 시작될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재검토는 자유무역 질서의 ‘레짐 체인지(정권이나 체제 교체)’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여 전 본부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원산지 규정인데 기존의 로케이션 베이스(지역 기반)을 내셔널리티 베이스(국적 기반) 등으로 바꾸는 방안을 미 무역대표부(USTR)가 검토하고 있다”면서 “멕시코에서 들어오더라도 중국 기업이나 3국 기업이 생산하면 잡아내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해리스가 집권할 경우 트럼프보다는 동맹에 대한 압박은 줄겠으나 기후변화와 노동·인권 문제 등에서 보다 강력한 기준을 요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여 전 본부장은 미국발 무역전쟁에 대비해 한국 정부와 기업이 민관 협력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가동해야 한다고도 주문했다. 트럼프의 1순위 타깃이 ‘무역적자’ 국가인 만큼 민관이 함께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개별 기업들의 대미 무역흑자가 합쳐져 국가 전체의 문제가 되면 이는 다시 개별 기업들에 부메랑으로 돌아온다”면서 “수출입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상황에 따라 수출입 자원의 글로벌 재배치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미국의 정책 불확실성을 고려해 “기업들이 실탄을 아껴 놓을 때”라고도 밝혔다. 그는 “우리의 무기는 기업들의 투자”라며 “미국의 주의를 끌 수 있도록 투자 타이밍을 정부와 긴밀히 조율하고, 그린 필드 투자뿐 아니라 인수합병(M&A)·조인트벤처(JV) 등 미국 시장 진입 방식을 다각화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4일(현지 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재집권 시 취임 2주 내에 중국·멕시코산 자동차에 대한 고율 관세 등 자국 자동차 산업을 되살리기 위한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선언했다.


워싱턴=윤홍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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