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發) ‘R(Recession·경기 침체)의 공포’에 국내 증시가 5일 사상 최악의 ‘블랙 먼데이’를 맞았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234.64포인트(8.77%) 급락하며 종가 기준으로 역대 최대 폭으로 떨어졌다. 코스닥 지수도 11.3% 폭락했다. 주가가 급락하면서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는 2020년 3월 이후 4년 5개월 만에 주식 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지금 글로벌 증시는 중동 확전 가능성과 빅테크 거품론 확산 등 여러 악재들이 한꺼번에 터지면서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이날 일본 닛케이225 지수가 12.4% 하락하는 등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패닉 장세를 보였다.
복합 위기 가능성이 커지면서 우리 정부의 정책 대응 능력도 시험대에 올랐다.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경우 반도체·자동차 선전 덕에 살아나고 있는 수출 회복세가 꺾이게 된다. 내수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정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인 2.6%를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쯤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을 시도할 경우 금융시장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과거 우리 경제의 위기는 연준의 피벗(통화정책 전환) 시기에 취약한 금융 고리가 실물경제까지 위축시키면서 발생했다. 한국은행이 경기 하락을 방어하려면 기준금리를 내려야 하지만 집값 상승과 가계대출 증가세를 자극할 수 있으므로 고심해야 하는 실정이다. 만일 ‘5차 중동 전쟁’까지 터지면 유가 급등, 공급망 교란 등의 여파로 세계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에 빠질 수 있다.
지금은 퍼펙트 스톰(초대형 복합 위기)의 파고에 우리 경제가 휩쓸리지 않도록 ‘경제 방파제’를 든든히 쌓아야 할 때다. 금융·통화 당국은 금융시장 변동성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예기치 못한 사태가 발생할 경우 즉각 대응할 수 있는 비상체계를 가동해야 한다. 정부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가계부채, 소상공인·자영업자, 제2금융권 등 우리 경제의 약한 고리가 금융 시스템 리스크로 번지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관리·감독해야 한다.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다음 달 1일 예정대로 시행해 정부의 일관된 가계 부채 축소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또 단기 부양책이 아니라 구조 개혁과 규제 혁파, 전략산업 전방위 지원 등을 통해 경제 기초 체력을 키우는 정공법을 택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