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정책

쏟아진 악재에 무너진 코스피…2거래일 만에 시총 270조 증발

코스피 장중 10% 폭락에 거래 중지

1.5조 판 외국인 2년 반 만에 최대

공포감에 투매 반복되며 낙폭 확대





국내 증시가 미국발(發) 경기 침체 공포 확산에 중동발 악재, 인공지능(AI) 거품론 등 각종 악재가 쏟아지면서 공포에 사로잡혔다. 엔화 가치 상승에 따른 엔캐리트레이드 청산(저렴한 엔화로 매수한 해외 자산을 다시 매도) 충격도 덮쳤다. 국내 증시가 역대 최대 폭으로 하락하자 한국거래소는 4년 5개월 만에 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서킷브레이커’까지 발동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과도한 하락’이라고 평가하지만 코스피 공포지수는 코로나19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은 상태다.

5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34.64포인트(8.77%) 내린 2441.55에 거래를 마감했다. 코스피는 장 초반부터 낙폭을 키우며 2600 선과 2500 선을 내준 뒤 장중 한때는 10% 이상 떨어지며 2300대까지 밀렸다. 특히 외국인투자가가 올 들어 최대 수준인 1조 5297억 원어치를 내다 팔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이날 코스피의 낙폭은 유럽 재정위기 때인 2011년 8월 9일 기록(184.77)을 13년 만에 경신한 사상 최대치였다. 종가 기준 하락률도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0월 24일(10.57%) 이후 가장 높았다. 코스닥지수도 88.05포인트(11.30%) 하락한 691.28로 거래를 마쳐 지난해 1월 10일(696.05) 이후 1년 7개월 만에 700 선을 내줬다. 이날 코스닥의 장중 하락 폭은 이른바 ‘닷컴버블’이 한창이던 2000년 9월 18일 이후 24년 만에 가장 컸고 하락률은 2020년 3월 19일(11.71%) 이후 가장 높았다. 투매 심리가 확산되자 한국거래소는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 모두 서킷브레이커를 발동했다. 국내 증시에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은 2020년 3월 19일 이후 4년 5개월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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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는 장 막판 저가 매수세 유입으로 간신히 연중 최저치는 면했지만 시가총액은 1997조 7458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코스피 시총이 2000조 원 밑으로 내려간 것은 올 1월 22일 이후 7개월 만이다. 2~5일 2거래일간 코스피에서 증발한 시총 규모만 270조 원 이상에 달했다. 이 기간 코스닥 시총도 398조 724억 원에서 60조 원 가까이 빠져나가 338조 4265억 원으로 줄었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면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6일 비공식 금융기관 협의체인 ‘F4(Finance 4)’ 회의를 열고 거시 경제 금융 상황을 짚어보기로 했다. 최 경제부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확대간부회의를 열고 “높은 경계심을 갖고 24시간 감시 체제를 유지해 달라”며 “금융시장 변동성에 대응해 필요시 컨틴전시 플랜(상황별 대응 계획)에 따라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국내 증시의 속절없는 추락에는 지난주 미국 제조업 지표에 이어 고용 지표까지 부진했던 점이 직격탄이 됐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과도한 투자비 지출 등 빅테크 실적으로 대두된 인공지능(AI) 시장 관련 의구심도 주식시장에 찬물을 끼얹은 또 다른 요인이다. 엔화 가치가 7개월 만에 최고 수준에 도달하며 외국인의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본격적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한 점도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증시의 변동성이 유독 커진 주요인이 됐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최근 국내 증시 낙폭이 지나치게 컸던 만큼 충격이 장기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불안 심리가 확대된 탓에 주가 변동성은 당분간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이날 이른바 ‘공포지수’라 부르는 코스피200 변동성 지수(V-KOSPI 지수)는 110.66% 상승한 45.86으로 마감했다. 2019년 4월 10일(139.94%) 이후 최대 폭이자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상승률이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의 고용 지표가 나쁘게 나온 데다 엔비디아와 관련한 안 좋은 소식이 빅테크 주가 전반에 영향을 끼쳤다”며 “경기 침체 우려가 오래 갈 것으로 보지는 않지만 투자자들은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염승환 LS증권 리테일사업부 이사는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속화,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 임박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주식시장에 반영되고 있다”며 “앞으로 미국 경기지표와 AI 기업 실적 등을 통해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는 기우였다는 점이 밝혀져야 주가도 상승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윤경환 기자·김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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