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한국 보다 먼저 해군력 상징인 ‘항공모함’을 보유하기 위한 단계를 차곡차곡 밟고 있다.
지난 4월 초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은 일본 해상자위대가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스텔스 전투기 ‘F-35B’의 운용을 위해 1차 개조를 마친 호위함 ‘카가’호를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헬리콥터 탑재 호위함으로 취항한 카가호는 개조 후 12대의 전투기와 16대의 헬리콥터를 탑재할 수 있다.
이는 일본 정부가 2018년 발표한 ‘방위력 정비계획’에서 경계감시 및 유사시 방공태세를 강화하기 위해 호위함 이즈모급 2척을 사실상 항공모함으로 운용하겠다고 명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일본에서 호위함은 태평양 전쟁 종전 후 자위대의 군사적 성격을 감추기 위해 붙인 이름으로, 헬리콥터 탑재 호위함과 구축함 등 여러 종류의 함정을 호위함이라고 부르고 있다.
일본의 해군 격인 해상자위대는 헬리콥터 탑재 호위함(DDH)으로 휴가함(DDH-181), 이세함(DDH-182), 이즈모함((DDH-183), 카가함(DDH-184) 4척을 보유 중이다. 이 가운데 최신형 헬리콥터 탑재 함정인 이즈모급 1번함 이즈모함과 2번함 카가함의 항공모함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카가호는 고정익 전투기 항공모함으로서 발돋움하기 위해 2026~27년에는 선체에 대한 추가 개조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단거리이륙·수직착륙(STOVL) 스텔스 전투기인 F-35B의 이착륙에 필요한 갑판 중심의 개조가 진행된다. STOVL 착륙 시 발생하는 강력한 열기에 견딜 수 있도록 갑판 특수내열도장 처리와 유도 등의 설치 작업이다. 이를 통해 일본은 전투기 탑재가 가능한 2개 항공모함 함대 또는 항공모함 기동전단을 보유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2020년 8월 문재인 정부에서 경항공모함(3만t급) 도입을 전격 선언하며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당시 국방부는 ‘2021∼2025년 국방중기계획’을 내놓고 경항공모함 확보사업 추진을 처음으로 공개하고, 2033년까지 2조6000억 여 원을 투입해 3만t급 경항공모함을 국내 연구개발로 설계·건조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경항공모함 추진 배경으로 막대한 건조와 운용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일반적인 정규 항공모함 보다 크기와 배수량은 줄이되 첨단의 전투능력을 갖춰, 효율적인 항공모함 도입을 통해 해군 전력을 증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2023년 12월 국방부가 발표한 ‘2024~2028년 ‘국방중기계획’에 따르면 경항공모함 사업 예산안은 ‘0원’이다. 국방중기계획에 예산을 한 푼도 반영하지 않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현재 진행 중인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추가 논의를 통해 사업 방향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연구 용역 결과는 연말에 나온다. 핵심은 국내 기술로 개발 중인 ‘KF-21’을 함재기형으로 개조한 ‘KF-21N’의 경항공모함 탑재 여부와 막대한 운용 비용 등 사업 타당성을 점검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현재 상황을 놓고 본다면 일본 해상자위대 보다 우리 해군의 항공모함 도입 속도는 뒤쳐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군이 구상하는 경항공모함의 만재배수량(Full Load Displacement)은 대략 4만t급 전후다. 항공모함이지만 미 해군 주력 ‘니미츠급’ 항공모함들의 만재 배수량이 대략 11만t급 전후인 것과 비교하면 체급이 매우 작아 ‘경항공모함’으로 불린다
경항모공함에 탑재할 전투기는 기존 항공모함의 탑재기 수용 능력 보다 적은 16~20대 정도로 예상된다. 니미츠급 항공모함이 함재기를 최대 90대까지 탑재할 수 있는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적은 수의 함재기를 싣는다. 해군이 자체 추산한 경항공모함의 길이는 265m, 폭은 약 43m다. 미국 니미츠급 항모의 길이는 대략 300m, 너비는 70~80m에 이른다.
경항공모함 도입이 지연되면서 일각에서는 해군이 보유하고 있는 대형수송함 ‘독도함’과 ‘마라도함’을 일본처럼 개조해 미 해병대가 운용하는 수직이착륙기 ‘F-35B’ 또는 국내 기술로 개발 중인 ‘KF-21’ 함재기형을 운용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해군의 대형수송함을 개조해 경항공모함으로 운용하는 것이 가능할까.
대형수송함을 전투기 운용 항공모함으로 개조하기 위해선, 우선 항공관제시설을 갖췄야 한다. 여기에 전투기의 보관과 정비, 보급이 이뤄질 수 있는 격납고와 항공무장용 탄약고 및 유류고 등도 설치해야 한다. 격납고와 비행갑판을 오르내릴 전투기 전용 엘리베이터 역시 필요하다.
배의 엔진에서 나오는 뜨거운 배기가스가 이착륙하는 항공기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 특별 설계한 배기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 특히 전투기가 뜨고 내릴 수 있는 넓고 튼튼한 소재로 제작된 비행갑판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종합해 결론부터 얘기하면 개조 여부는 ‘No’다. 우선 해군이 보유한 대형수송함은 헬기 운용을 염두에 두고 설계해 전투기 운용에 필요한 이착륙 관제용 장비와 각종 시설을 추가해야 한다. 대형수송함의 함교 앞뒤로 적재중량 19톤의 엘리베이터가 있지만, F-35B 탑재가 불가능해 선체 일부를 뜯어내고 30톤의 전투기가 이동 가능한 대형 엘리베이터로 교체하는 것도 필요하다.
비행갑판 소재·구조 교체 막대한 비용
가장 큰 골치는 격납고다. 항공모함은 가장 높은 층이 항공기가 뜨고 내리는 비행갑판, 바로 아래층은 항공기 격납고, 가장 아래층이 상륙용장갑차 또는 상륙정을 탑재하는 갑판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해군이 운용하는 대형수송함은 2층 갑판 구조다. 비행갑판 바로 아래 항공기 격납고 겸 상륙정 탑재를 위한 웰덱(well deck)이 하나의 층으로 이뤄졌다.
따라서 격납고를 확보하려면 배 뒤쪽의 상륙정 출입도어와 웰덱을 없애고, 2층 갑판 전체를 격납고로 개조해야 한다. 다만 전체를 항공기용 격납고로 만들더라도 내부 용적은 약 2000평방미터 내외 수준으로, 경항공모함으로 분류되는 호주 캔버라급의 약 5100평방미터 보다 용적이 40%에도 미치지 못해 비효율적이다.
게다가 호주 해군의 캔버라급에 탑재 가능한 F-35B는 10대 수준이다. 그런데 해군의 대형수송함을 개조해도 격납고 용적이 캔버라급의 40%에 불과해 탑재 가능한 F-35B 전투기의 숫자는 많아야 4~6대에 그칠 것이다. 많은 비용을 들여 이러한 경항공모함을 운용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무엇보다 함재기로 F-35B가 선택된다는 가정을 하면, 30톤에 육박하는 전투기가 뜨고 내리기 위해 비행갑판의 구조설계를 비롯해 비행갑판 자체를 제트엔진의 고열에도 견딜 수 있는 내열 소재로 전부 교체해야 하는 게 필수적으로 그만큼 비용도 많이 들어간다. 역시 막대한 개조 비용을 고려하면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불가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