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테라·루나 폭락 사태와 관련해 가상자산 거래소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사례가 나왔다. 법원은 투자자가 여러 차례 출금을 요청했는데도 이를 이행하지 않은 거래소에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70단독 박재민 판사는 개인투자자 A씨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두나무는 A씨에게 1억 4700여만원과 지연 이자를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베트남에 거주하던 A씨는 루나 폭락 사태 직전인 2022년 3월 24일 업비트에 보관하고 있던 루나 코인 1310개를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의 본인 명의 지갑으로 보냈다. 바이낸스에서 팔아서 그 대금을 베트남 화폐로 받기 위해서였다. 일반적으로 가상자산을 송금하려면 1차 주소와 2차 주소를 모두 입력해야 하는데 A씨는 2차 주소를 입력하지 않는 실수를 했다. 이에 다음 날 바이낸스가 A씨 가상자산을 반환했는데, 이 가상자산이 A씨가 아닌 업비트 지갑으로 오입금됐다.
A씨는 업비트에 오입금을 복구해 달라고 요청했고, 업비트는 이를 확인하고는 마침 요청 당일부터 시행된 자금세탁 방지 규칙 준수를 위한 절차를 마련한 뒤 복구해주겠다고 답했다. 2022년 3월 25일은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라 국내에서 트래블룰이 시행된 첫 날이다.
이후 A씨는 같은 해 5월 9일까지 최소 10차례 복구를 요청했다. 그러나 업비트는 ‘절차를 마련해 복구해 주겠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그러다 5월 10일 테라·루나 폭락 사태가 터졌고, 송금 시도 시점에 1억 4700여만원이었던 루나 가치는 상장폐지 직전인 5월 18일 99.999642% 떨어진 560원으로 폭락했다.
재판부는 A씨가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두나무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두나무는 반환에 관한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인식했고 복구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지 않았으며 이를 위한 비용과 노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폭락으로 채무가 이행불능이 된 것으로, 이는 채무자의 귀책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 “이전에도 2차 주소 오류로 가상자산이 반환되는 오입금 사례가 드물지 않았다는 점을 보면 피고는 복구를 위해 미리 직원을 배치하거나 전산시스템을 마련하는 등의 조치를 할 의무가 있었지만 다른 준비를 하지 않았다”고 적시했다.
두나무는 잘못된 주소를 입력해 생긴 오출금 사고는 책임지지 않는다는 약관에 따라 귀책사유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그처럼 해석한다면 약관법상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으로 무효”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