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산업 구조조정을 참고해 국내 석유화학 업계에 대한 구조 개편 정책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과거 20곳가량 난립했던 일본 정유 업계가 메이저 3곳으로 통합된 점을 참고해 국내 석유화학 업종도 인수합병(M&A)을 원활히 하도록 촉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1일 서울경제신문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입수한 산업연구원의 ‘2024년 경제 분석 및 산업통상자원 정책 방향 연구’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일본 사례를 벤치마킹해 산업의 구조 전환을 시작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이 보고서는 산업부가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산업연·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 국책연구기관과 민간 협회·경제연구소 전문가를 초빙해 지난해 10월부터 여섯 차례 개최한 간담회를 요약한 문건이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정유 업계 구조조정 사례를 언급했다. 일본은 내수 위축, 정제 시설 과잉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 주도로 업체 간 M&A, 정제 시설 고도화, 소규모 설비 간 통합에 나섰다. 그 결과 20곳가량의 크고 작은 정유 기업이 난립했던 일본은 에네오스홀딩스·이데미쓰고산·코스모에너지홀딩스 등 3강 체제로 재편됐다. 일본 최대 정유 업체 에네오스홀딩스는 3위 도넨제너럴석유를 합병했고 2위 이데미쓰고산도 쇼와셀과 주식 교환 방식으로 합병한 바 있다.
정부에서도 석유화학 업계 구조조정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 적용을 통해 M&A를 돕는 안이 거론된다. 최근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보조금 지급 정책으로 한국 첨단 기업들이 국내 투자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미국에는 구글·애플·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수요처, 실리콘밸리의 연구개발(R&D) 역량 등이 존재한다”며 “한국 반도체 기업이 미국의 보조금 지원에 힘입어 국외 투자를 대거 늘릴 경우 국내 생태계에는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이어 “우리 정부의 재정 여건과 국민들의 대기업 지원 정서를 고려하면 (국내에서) 보조금 정책 도입은 사실상 어렵다”며 “장기간 투자 지연을 유발하는 전력·용수 인프라 문제를 속도감 있게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이 기업 경쟁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산 철강 수입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최근 중국은 내수 불황으로 인해 자국에서 생산된 철강 제품을 수출 시장에 풀고 있다. 미래차 산업과 관련해서는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 일몰 연장, 2차전지에 대해서는 국내 음극재 공장에 생산 보조금 지급 등의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또 공급망 정책 측면에서는 인도와 같은 국가와 협력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