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용인 클러스터 송전망에 4조…지중화 줄이고 민간 참여 늘려야"

[AI 핵심키는 전력인프라] <5·끝> 전문가 좌담

지중화 요구에 공사지연 등 반복

송전탑땐 수천억 비용 절감 가능

'수용성 확보' 위한 인센티브 필요

인근지역 주민에 바우처 등 추진

"민간서 건설·한전 운영" 제안도

전력망 창간기획 좌담회가 열린 18일 서울경제신문 본사에서 조홍종(왼쪽부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서철수 한국전력 전력계통부사장, 박종배 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호재 기자전력망 창간기획 좌담회가 열린 18일 서울경제신문 본사에서 조홍종(왼쪽부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서철수 한국전력 전력계통부사장, 박종배 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호재 기자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이호재 기자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이호재 기자


서철수 한국전력 전력계통부사장. 이호재 기자서철수 한국전력 전력계통부사장. 이호재 기자


박종배 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이호재 기자박종배 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이호재 기자


이르면 내년 착공이 이뤄지는 세계 최대 규모의 경기도 용인 첨단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의 예상 전력사용량은 10GW 이상이다. 이는 원자력발전소 10기에 해당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경기 남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에 2047년까지 각각 500조 원과 122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관건은 공장을 돌릴 때 필요한 전력이다. 한국전력은 송전망 구축에 필요한 자금으로 3조 7000억 원을 책정했다. 하지만 예상치가 계속 커지고 있다. 주민 반대에 송전탑 대신 선로를 땅에 묻는 지중화 구간이 증가해 비용이 4조 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한전의 뜻대로 사업이 진행될 경우이지 실제로는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이 투입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인공지능(AI)과 반도체 같은 첨단산업에 적기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지하 매설 구간을 적절히 선정하고 민간의 송전망 건설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경제신문이 18일 본사에서 개최한 ‘AI 핵심키는 전력 인프라’ 전문가 좌담회에서도 이 같은 의견이 쏟아졌다. 박종배 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송변전 시설의 입지 선정과 구축을 전력망 전담기관인 한전이 모두 떠안고 있다”며 “시공 단계에 들어가면 주민과 환경단체의 반대가 줄을 잇고 가공선로 계획이 결국 지중화로 바뀌면서 수차례 홍역을 치르게 돼 시공 계획보다 수년 이상 지연되는 과정이 반복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도 “반도체 첨단산업단지는 수도권에 위치하고 주요 발전설비는 남부 지역에 밀집해 있다”며 “전력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송전망을 구축해야 하는데 주민 수용성 문제로 적시 건설이 안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전력 업계 안팎에서는 지하 매설 부담만 줄여도 전체 비용을 아끼고 송전망 건설과 전기 공급 일정을 맞출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박 교수는 “미국은 송전탑으로 구축할지 혹은 지중화 방식으로 할지에 대해 주민 의견을 수렴한다”며 “비용이 많이 드는 지중화 방식으로 결정하면 각 주 정부와 카운티에서 비용을 상당 부분 부담해 빠른 건설이 가능해진다”고 전했다. 서철수 한국전력 전력계통 부사장은 “10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에 따라 2036년까지 지중화하기로 한 구간이 모두 건설되면 20조 8000억 원이 들어간다”며 “송전탑 방식이라면 3조 8000억 원에 구축이 가능하기에 17조 원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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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주민들의 원활한 협조를 얻기 위해서는 지역 선로 지중화 비용 가운데 일부를 보조해줄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과도한 지중화나 보상 요구는 피해야 하지만 수도권과 지방의 지중화 비율에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인구가 밀집된 수도권 지역의 송전망은 지중화율이 70~80%에 달한다. 반면 전북과 전남·경북·경남·강원·충남 등지는 지중화율이 10%에 못 미쳐 신규 송전망을 구축할 때마다 해당 지역 주민들의 지중화 요구가 거세다.

현행 규정상 기존 송전선로를 지중화하는 경우에는 지방자치단체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현재 345㎸ 이상의 고전압은 국가 전력망으로 분류되며 154㎸ 송전선로는 지역망으로 지역 내에서 활용한다. 서 부사장은 “345㎸ 송전선로는 송전탑 방식 구축을 원칙으로 하고 해당 송전선로가 지나가는 거리에 비례해 (지역에) 바우처를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바우처를 가져오면 지자체의 154㎸의 지역망 지중화 구축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송전망 구축에 민간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조 교수는 “한전이 200조 원이 넘는 부채 등 재무 부담을 안고 있는 만큼 민간의 투자 기회를 열어서 신속하게 전력망을 건설하는 것이 국가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며 “민간이 건설한 이후 투자 수익을 보장해주되 한전이 기부채납으로 운영권을 가져오면 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한전의 재무 상황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한전의 부채 규모는 6월 말 현재 202조 8904억 원이며 상반기 이자비용만 2조 2841억 원에 달한다. 박 교수 역시 “현재 국내 송전망과 관련해 민간의 역할은 시공밖에 없는데 사업 영역 확대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경우 전력망을 연결할 때 특수법인회사(SPC)를 통해 설립해 이뤄지는 경우가 상당수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송전탑이 지나가는 지역에 사는 주민을 설득해 수용성 확보에 기여한 한전 직원에 대한 인센티브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말도 있다. 박 교수는 “과거 산업화 시대에는 한전 직원들이 애국심을 바탕으로 야근을 자처해 송전망 구축 예정 지역의 주민과 저녁에 만나 막걸리도 마시고 노력을 많이 했다”며 “요즈음 MZ 직원들에게 과거 방식을 강요할 수 없기 때문에 인센티브 시스템을 과감하게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매년 3조 원가량 걷히는 전력산업기반기금을 송전망 구축에 활용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전력기금은 전력 산업 발전과 기반 조성 등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전기 사용자로부터 걷는 금액이다. 그러나 도서·벽지의 주민에 대한 전력 공급 지원처럼 사용처가 제한돼 있다. 여기에 송전망 건설을 추가하자는 얘기다. 조 교수는 “전력기금은 소비자가 낸 돈이고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수 있는 최고의 방안이 송전망 구축”이라며 “전력망 건설이 무산되면 첨단산업이 해외로 떠날 것이며 경제 전반에 악영향이 생길 것”이라고 전했다.


박신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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