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기업형 장기임대, 85㎡ 아파트도 검토…징벌적 임대료 규제도 손질

■'기업형 임대' 소형아파트 허용

과도한 임대료 인상 막겠다며

'주거비 물가지수 상승률' 적용

年1%도 못올려 기업들 외면

稅혜택으로 진입장벽 낮추고

영세 전세시장 규모화로 재편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임대사업 활성화를 위해 기업형 장기 임대주택 대상에 소형 아파트를 포함시키는 방안을 추진한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급등하고 있는 집값을 잡는 한편 중산층의 주거 안정을 꾀하겠다는 의도다.



18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금융위원회 등은 이르면 이달 말 100세대 이상의 기업형 임대사업자가 임대주택을 20년 이상 운영하는 새로운 형태의 장기 임대 서비스 도입 방안을 발표한다. 정부는 최소 20년은 이사 걱정 없이 거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을 2035년까지 10만 가구 이상 공급할 예정이다.

이번 안의 핵심은 기업형 장기 임대주택에 국민평형인 85㎡ 이하 아파트를 넣는 것이다. 현재 아파트는 기업형 장기 임대가 불가능하다. 정부는 기업들이 아파트 장기 임대 시장에 뛰어들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주택 공급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 보험사 같은 금융사도 기업형 장기 임대를 할 수 있게 관련 규제를 풀어주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정부가 기업이 집주인인 20년 짜리 장기 임대주택 도입을 검토하고 나선 것은 급등하고 있는 집값을 잡고 중산층 주거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에도 기반을 두고 있다. 소형(85㎡) 아파트를 기업형 장기 임대 대상에 허용하겠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부동산원의 ‘2024년 7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서울의 주택 매매가격은 전달 대비 0.76%나 상승했다. 이는 2019년 12월(0.86%) 이후 55개월 만의 가장 큰 오름 폭이다.



대규모 전세사기와 깡통전세 등 지속적으로 흔들리는 전세 시장의 문제점을 이번 기회에 해소하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다. 현재 국내 민간 임대 시장이 영세하다 보니 전세사기 같은 위험에 취약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말 현재 국내 임대사업자는 총 29만 9200명이며 이 중 법인은 5445명으로 전체의 1.8%에 불과하다. 정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법인이 사업을 하게 되면 아무래도 사기 피해가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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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정부는 기업을 끌어들여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시키기 위한 임대료 규제 완화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현재 100세대 이상을 보유한 기업형 임대사업자는 임대료 상승률이 5% 이내로 제한되는 전월세 상한제 규제와 함께 해당 지역의 주거비 물가지수 상승률만큼 임대료를 올릴 수 없다는 규제를 받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의 주거비 물가지수 상승률이 3%라면 서울에서 임대 사업을 하는 기업은 5%가 아닌 3% 이내에서 임대료를 인상할 수 있다.

해당 규제는 부영주택이 임대료를 매년 법정 상한선인 5%씩 인상하면서 2017년 주민 및 지방자치단체와 법적 공방으로까지 번지자 기업의 일방적인 임대료 인상을 막기 위해 논의가 본격화했다. 2019년에는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관련 규제가 도입됐다.

재계에서는 이 조항이 징벌적 성격을 갖고 있다고 보고 있다. 예를 들어 월세 계약 기간이 2022년 10월~2024년 10월이라고 가정하면 임대인은 계약 만료 2개월 전인 8월까지 임대료 인상을 고지해야 한다. 이때 인상률은 2022년 10월 주거비 물가지수 대비 고지일 기준 최신 지표인 올해 7월 지수 상승률을 반영한다. 문제는 7월 상승률이 전국 기준 1.9%에 그친다는 점이다. 1년 전 인상률(3.4%)보다 1.5%포인트나 떨어졌다. 임대료 상승률은 2년간 적용되는 만큼 월세가 70만 원이라고 가정하면 1년에 월 7000원도 못 올리는 꼴이다.

대구시의 경우 7월 주거비 물가지수는 2022년 10월 대비 오히려 0.1% 떨어졌다. 세종시와 서울시는 각각 0.2%, 1.2% 오르는 데 그쳤다. 대구와 세종·서울 지역 기업형 임대주택 사업자는 사실상 임대료 인상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부동산 투자와 임대료·민원 등을 둘러싼 문제가 커지면 업체 평판이나 본사업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임대 사업을 꺼리는 곳들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임대료 수익마저 올리기 어렵게 되면 사업에 참여할 유인이 사라진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주거비 물가지수 상승률 적용 규제 폐지도 함께 검토 중”이라며 “과도한 규제는 합리적으로 개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경제정책방향과 올해 하반기 역동경제 로드맵에서 장기 민간임대주택 활성화 의지를 밝힌 만큼 이번 방안에 속도가 붙지 않겠느냐고 보고 있다.

정부는 기업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보험사들의 진입장벽도 없애줄 생각이다. 보험회사 부수 업무에 임대주택업을 포함하고 보험회사의 부동산 투자에 따른 신지급여력제도(K-ICS) 산정 관련 감독규정 완화도 검토하고 있다. 최성일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동산 시장 여건 변화로 불가피한 경우에도 임대료를 탄력적으로 조정하기 어렵다”며 “보험회사는 자기자본 보유 부담 및 임대료 수입의 불안정성을 고려할 경우 적정 투자수익률이 기대되지 않는 한 실질적으로 임대주택 사업 투자의 실익이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각종 세제 혜택과 부동산 임대·투자 시장 진입장벽도 낮출 계획이다. 앞서 정부는 8일 주택 공급 활성화 방안을 통해 매입 임대주택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기준을 기존 수도권 6억 원 이하에서 9억 원 이하로 완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보험회사들이 임대주택 사업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가로막는 규제들이 있는데 이를 전반적으로 완화할 것”이라며 “전반적으로 장기 임대주택 시장에 기업들의 참여가 늘면 주택과 전세 가격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세종=조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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