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여 전 일면식도 없는 여성을 성폭행할 목적으로 뒤따라간 뒤 오피스텔 현관에서 무차별 폭행했던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가해자가 출소 이후 피해자를 찾아가 보복하겠다는 발언을 일삼았다는 증언이 재차 나왔다. 피해자에 따르면 가해 남성에게서 반성하는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20년을 확정받은 가해자 이모씨는 지난해 2월 해당 사건 재판 중 구치소에서 피해자를 향해 “탈옥해 두 배로 때려 죽이겠다”는 등 보복성 발언을 일삼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이씨는 다른 호실의 수감자들과 목소리를 높여 대화하는 일명 '통방'의 방법으로 피해자의 외모를 비하하는 등 모욕 발언까지 일삼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5월 27일 보복 협박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의 첫 번째 공판 당시, 이씨와 같은 구치소 감방에 수감됐던 유튜버 B씨와 C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B씨는 "구치소 수감 중에 외부 병원을 다녀온 일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이씨가 병원 구조를 물어보고 출소하면 병원에 열쇠가 꼽힌 오토바이를 준비해달라고 했다"며 "수시로 피해자 빌라 이름을 말하며 탈옥해 찾아가 죽여버린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B씨는 이씨로부터 “피해자의 언론플레이 때문에 중형을 선고받아 억울하다”며 유튜브 방송으로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요구도 받았다고 한다. B씨는 “이씨의 수첩에는 돌려차기 피해자뿐만 아니라 1심을 선고한 판사, 검사, 전 여자친구 등 보복 대상이 적혀 있었고 이를 찢어서 폐기했다"고 주장했다. B씨와 함께 증인으로 출석한 C씨도 같은 취지로 진술했다.
석달 후 열린 두 번째 공판에 참석한 증인들도 이씨의 보복성 발언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부산지법 서부지원 제1형사부(이진재 부장판사)는 19일 오후 보복 협박 혐의로 기소된 부산 돌려차기 사건 가해자 이모씨에 대한 공판에서 두 번째 증인심문을 진행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같은 호실 수감자 D씨는 "뉴스에 돌려차기 사건이 나올 때 이씨가 옆방의 수용자에게 억울함을 호소하며 출소하면 피해자를 죽여버리고 성폭행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D씨는 "이씨가 통방(옆 방 수용자와 큰 목소리로 하는 대화)을 해 같은 방 수감자는 대부분 이 말을 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인은 지난해 3월부터 6월까지 3개월간 이씨가 항소심 재판을 받을 때 같은 방에 수감됐다. 또 다른 증인도 이씨가 평소 보복성 발언을 자주 했다고 증언했다.
한편 피해자 김진주(가명)씨는 여전히 맞서 싸우고 있다. 이번 재판에 참관한 김씨는 "전혀 반성이 없는 피고인의 민낯을 보여주는 재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 3월 수사·재판 과정의 불합리 등과 싸워온 과정을 담은 책 ‘싸울게요, 안 죽었으니까’를 펴냈으며, 부실수사로 정신적 피해를 봤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지난달 25일 서울중앙지법 민사31단독 조형우 판사는 손해배상청구 소송 첫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서 김씨 측은 부실수사로 정신적 피해를 봤다는 주장의 근거로 △최초 목격자 등 성폭력 정황을 밝힐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않았다는 점 △성폭력 의심 정황을 알리지 않아 피해자 신체에 남아있을 수 있었던 성범죄 증거를 수집할 기회를 놓쳤다는 점 △DNA 감정을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점 △피해자신문 과정에서 성범죄 단서 추궁을 소홀히 했다는 점 △검찰이 경찰에 대한 보완수사 요구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문제 삼았다.
하지만 정부 측은 부실수사는 없었다며 정신적 피해배상(위자료)을 지급할 이유가 없다고 맞섰다. 보복 예고 역시 가해자의 행위일 뿐 부실수사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다음 기일은 9월 27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