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인공지능(AI) 연구원이던 미국인 라이언 존스는 지난해 7월 일본 도쿄에서 AI 스타트업인 사카나AI를 창업했다. 그는 챗GPT 등 생성형 AI 혁신의 근본인 ‘트랜스포머’라는 AI 알고리즘을 처음 제시한 논문의 공저자이기도 하다. 데이비드 하, 로버트 랑케 등 구글 출신 동료들도 창업에 참여했다. 사카나AI는 최근 AI가 과학 연구를 독자 수행하는 ‘AI 사이언티스트’를 공개했다. AI가 연구 주제 선정, 실험 설계·실행, 데이터 분석, 논문 작성·리뷰까지 처리하는 이 솔루션은 “과학기술의 혁신을 위한 무한한 가능성의 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존 AI 모델을 융합해 새 모델을 만드는 과정을 반복해 성능을 높인다는 점에서 성장 가능성이 크다.
창업 1년도 되지 않은 사카나AI가 미국의 벤처캐피털, AI 전문가, 일본 대기업들의 투자를 받아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에 올랐다. 그동안 AI 불모지로 치부되던 일본에서 세계적인 ‘AI 거품론’을 딛고 달성한 성과라는 점에서 관심이 모아진다. 사카나AI의 성공은 글로벌 인재들의 결합과 정부의 전폭 지원이 맞물려 가능했다. 일본 정부는 외국인에 대한 창업 규제를 대폭 풀고 우수 해외 인재에게는 5년짜리 비자를 내주고 있다. 세계적으로 품귀 현상을 빚는 그래픽처리장치(GPU)도 대거 구매해 벤처·스타트업에 무료 제공한다. 이를 바탕으로 일본에서 생성형 AI 개발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MS) 같은 글로벌 AI 기업들의 투자가 줄을 잇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4월 AI 주요 3개국(G3) 비전을 선포했으나 정작 AI 벤처·스타트업은 요즘 매출 부진으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AI 분야에서 일본을 앞서왔다는 자부심도 옛말이 돼가고 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AI 분야 논문과 연구자 수는 중국·미국·인도 등에 크게 뒤처진 10위권 안팎에 그쳤다. AI G3로 도약하려면 정부와 기업, 정치권이 원팀이 돼 과감한 AI 투자 확대, 규제 혁파, 고급 인재 육성, 인프라 지원 등으로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