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동쪽으로 한 시간 반을 달려 도착한 박장성 한·베기술대. 대한민국이 건물 신축 등을 지원해 2012년 설립된 이 전문대학에서는 여름방학에도 학생들이 계절학기 수업을 듣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 학교의 응우옌꽁통 총장은 “한국의 지원 덕분에 10년간 학생 수가 6000명으로 20배 늘고 국가주석 표창까지 받았다”며 감사 인사를 했다.
‘글로벌 중추 국가’라는 정부 목표의 주춧돌이 되는 한국의 공적개발원조(ODA)가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은 물론 아프리카와 중앙아시아 등 세계 곳곳으로 뻗어가고 있다. ‘K원조’는 해외에 유·무상 지원을 통해 국가 이미지를 제고하고 기업의 현지 진출로 연결돼 국부를 창출하고 있다. 201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해 세계 최초로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가 된 한국의 ODA 예산은 올해 31% 급증하며 사상 첫 6조 원을 돌파했다.
마침 국제 경제 상황은 ODA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호기다. 세계은행(WB)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1인당 소득 격차가 꾸준히 줄다가 2020~2024년에는 21세기 들어 처음 확대되는 ‘역사적 역행’을 맞았다고 평가했다. 코로나19에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로 개도국 경제가 악화했기 때문이다. 원조를 받는 개도국의 상황이 절실해져 작은 도움도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특히 한국도 구조적 저성장에 빠질 우려가 커지고 있어 ODA를 잘 정비·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그간 소홀했던 아프리카 등 신시장 개척에 ODA가 마중물이 될 수 있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