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투자용 국채가 긴 만기 탓에 초반부터 판매 부진을 겪자 정부가 이르면 올 10월부터 세제 혜택 없이 선제적으로 5년물을 추가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5년물에 이자 소득 분리과세 혜택을 주도록 하는 법령 개정 작업도 내년 추진 과제로 검토하고 나섰다.
20일 관가와 금융투자 업계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최대한 이른 시기에 개인 투자용 국채 5년 만기 상품을 도입하는 방안을 살피고 있다.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금리 인하 본격화 가능성 등을 감안해 당장 다음 달부터 청약 미달 사태가 심화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서다. 기존 10년물과 20년물은 그대로 둔 채 물량만 줄이고 5년물을 추가하는 방식이다. 5년물 도입과 관련해서는 단독 판매사인 미래에셋증권도 기재부에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5년물 도입 시기를 이르면 올 10~11월, 늦어도 내년 상반기로 추정하고 있다. 기재부 고시인 ‘개인 투자용 국채의 발행 및 상환 등에 관한 규정’은 개인 투자용 국채의 만기를 원칙적으로 10년과 20년으로 하되 재정 자금 수요, 국채 시장 상황 등에 따라 다른 만기로도 발행할 수 있게 한다.
10년 미만 국채의 이자 소득에도 분리과세 혜택을 줄 수 있게끔 법령을 개정하는 작업도 내년 기재부 과제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는 당장 단기물 투자 수요만 확인된다면 분리과세 혜택 적용 전에 5년물을 선제 도입하고 관련 법령은 이후에 개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은 10년물 이상의 개인 투자용 국채를 만기까지 보유한 경우에 한해서만 과세 특례 혜택을 부여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만기 다양화를 위해 다각도로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기재부가 ‘국민의 노후 대비를 위한 자산 형성 지원’이라는 정책 목표를 뒤로 하고 단기물 발행을 검토하는 것은 해당 국채에 대한 관심이 좀체 살아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개인 투자용 국채 10년물과 20년물은 올 6월 첫 판매에서 각각 1000억 원씩 모집해 3.49대1, 0.77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달에는 10년물 청약 경쟁률조차 1.17대1로 뚝 떨어졌다. 20년물의 경쟁률은 고작 0.27대1이었다. 총 2000억 원을 모집해 겨우 1897억 원을 모으는 데 그쳤다.
투자자들이 개인 투자용 국채를 외면하는 것은 금융시장 변동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상황에서 세제 혜택 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롭기 때문이다. 개인 투자용 국채는 만기까지 보유해야만 가산금리, 연 복리, 분리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중도 환매도 매입 1년 뒤부터 할 수 있다.
이 국채는 1~11월 연 11회 발행된다. 올 6~8월에는 매달 2000억 원어치씩 발행됐으나 9~11월에는 1000억~1500억 원씩 총 4000억 원만 발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