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사진) 금융감독원장이 21일 “한국적 기업 지배구조 특수성과 국내 증시의 투자자 보호 미흡이 밸류업 걸림돌로 지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사의 충실 의무 확대 논의가 상법 관련 사항이나 투자자나 자본시장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금감원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한동안 잠잠했던 상법 개정 논의에 다시 불을 지폈다.
이 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국내 저명한 상법 분야 학계 전문가 5명을 초청해 기업 지배구조 개선 관련 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 원장이 지목한 한국적 기업 지배구조 특수성은 지배주주의 낮은 지분율, 저조한 배당 등 미흡한 주주 환원, 시비가 잦은 일반 주주의 주식 가치 침해 등이다.
그는 “상법 학계는 회사와 주주 이익이 동일하며 충실 의무 대상인 ‘회사’에 주주 이익이 포함돼 있다는 견해가 다수임에도 현실은 이와 달리 운용되고 있다”며 “일부 회사들이 불공정 합병, 물적 분할 후 상장 등 일반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사례가 계속 발생하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원장은 “기업들의 철저한 인식 전환을 위해 개별적 규제 방식보다 원칙 중심의 근원적 개선 방안을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면서도 “이사의 충실 의무 확대가 배임죄 등 형사적 이슈로 번짐으로써 경영 환경이 과도하게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이 원장이 말한 원칙 중심의 근원적 개선 방안은 상법 제382조의 3에서 정하는 이사 충실 의무 대상에 주주 등을 포함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간담회에 참석한 상법 전문가들도 소액주주 보호를 위해서는 주주 충실 의무를 명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다만 회사와 이사 간 위임 법리 등 회사법 체계를 고려할 때 다소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나왔다.
주주 이익 보호를 위한 구체적 방안과 관련해서는 이사 충실 의무와 별도 조문을 만들어 ‘주주 이익 보호 의무’를 규정하는 방안, 주주 간 이해상충 상황에서 준수해야 할 공정성 확보 절차를 명확히 규정하는 방안 등이 제시됐다. 불공정 비율 합병에 대해서는 합병을 막을 수 있는 ‘합병 유지(留止) 청구권이나 합병 검사인 제도 도입, 지배주주의 사익 추구에 대한 부당 결의 취소의 소 제기 허용 등이 제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