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기재부 반도체특별법 제동…국가 대항전 차원서 지원 검토하라


여당이 반도체 산업을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하기 위한 반도체특별법 제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기획재정부가 건전 재정 논리를 앞세워 난색을 표하고 있다. 2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수석전문위원실에 따르면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반도체특별법 제정안에 대해 기재부가 포괄적 반대 의견을 냈다. 직접 보조금 지급과 예비타당성조사 특례, 반도체 특별회계 신설, 고용보조금 지원 방안 등에 대해 반론을 편 것이다.



기재부는 보조금 지급에 대해 신규 투자 유치를 위한 보조금을 지원하는 미국·일본과 달리 제조 기반이 있는 한국의 실정에는 세제 지원이 적합하다며 제동을 걸었다. 예타 특례에 대해서는 “효율성·통일성 제고 측면에서 국가재정법 체계에서 운영해야 한다”며 “포괄적·항구적인 예타 면제·우선 선정 규정은 곤란하다”고 했다. 반도체 특별회계 신설에 대해서는 특별회계 신설 요건 및 정부의 재정 운용 원칙과 부합하지 않는다며 불가론을 고수했다. 또 특정 산업에 대한 고용보조금 지원은 원칙적으로 맞지 않다는 견해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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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곳간지기 역할을 맡은 기재부로서는 재정 건전성을 중시하는 입장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전략산업 패권 경쟁이 ‘국가 대항전’으로 전개되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의 경쟁국인 미국·중국 등은 반도체 산업의 기술 개발 및 인재 육성을 위해 막대한 보조금을 쏟아붓고 있다. 설비투자 세액공제 등의 간접적 지원만 받고 있는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정글에서 도태되지 않게 하려면 정부가 자세를 전환해 적극 지원에 나서야 한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김태년·이언주 의원 등도 반도체특별법을 발의했는데 기재부가 우리 기업들의 발목을 잡아서야 되겠는가. 기재부는 2022년 말 ‘K칩스법’ 개정 때 대기업에 대한 반도체 설비투자 세액공제율을 민주당이 제시한 10%에도 못 미치는 8%의 정부안을 고집하다가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질타를 받은 적이 있다. 문재인 정부로부터 거덜 난 나라 곳간을 물려받은 데다 최근 경기 침체로 ‘세수 펑크’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어 반도체 산업 지원 여력에 한계를 느낄 수 있다. 그래도 우리의 반도체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계속 지키면서 살아남으려면 정부가 정책 유연성을 갖고 보조금 지급을 포함한 전방위 지원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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