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 상태가 크게 악화하며 지난해 삼일회계법인 지정 감사를 받고 기업 존속 의구심 지적까지 일었던 금양(001570)이 외부 감사인을 1년만에 다시 교체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 경영진단 담당 임원이 이번에 교체된 회계법인 출신이라는 점에서 외부 감사를 수월하게 받으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25일 금양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올해부터 외부감사인을 한울회계법인으로 변경했다. 금양은 연결기준 영업현금흐름이 3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해 지정감사 대상으로 분류되면서 지난해부터 삼일회계법인이 외부감사를 맡아왔다. 지정 감사 대상으로 분류되면 증권선물위원회가 지정한 회계법인에 3년 간 감사를 맡겨야 한다.
그러나 금양은 관련 규정이 개정된 틈을 놓치지 않고 1년만에 회계법인을 다시 교체했다. 금융위는 지난해 9월 ‘외부감사 및 회계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시행했는데, 여기에는 지정감사 대상을 선별할 때 재무제표 기준을 연결에서 개별로 바꾼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금양의 최근 개별 재무제표에 따르면 영업현금흐름이 3년 연속 마이너스로 기록된 사례는 없다.
문제는 금양의 현 경영·회계진단 담당 이 모 상무가 이번에 바뀐 한울회계법인 출신이란 점이다. 금양의 최근 재무상태가 급격히 나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소액주주(22만 명 이상)는 크게 불어났다는 점은 우려를 더하고 있다.
금양의 올 상반기 연결 영업손실액은 181억 원으로 전년 75억 원 대비 두 배 이상 급증했다. 현금성자산은 260억 원으로 반년 만에 300억 원가량 줄었다. 반면 유동부채는 7924억 원으로 같은 기간 3800억 원이나 급증했다. 현금이 말라가면서 상반기 기준 유동자산도 1184억 원으로 소폭 줄었는데, 부채가 늘어 유동비율(유동자산을 유동부채로 나눈 비율)은 14.9%로 급감했다. 삼일회계법인도 지난해 감사보고서에서 이같은 문제를 지적하며 “계속기업 존속 의문을 제기할 만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꼬집었다.
이런 가운데 회사가 제시한 장밋빛 미래는 요원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 올 상반기 금양이 2차전지에서 벌어들인 매출은 전무했다. 배터리 테마주에 탑승하며 지난해 초부터 주가가 미리 급등했지만 성과는 나타나지 않은 셈이다. 부산 기장군에 건설 중인 1조 2000억 원 규모의 2차전지 공장 자금 조달 사정도 여의치 않다. 지난해 주가가 급등한 사이 회사와 최대주주는 자사주를 잇따라 팔아 투자금을 마련했으나 최근엔 이마저도 바닥나 전환사채(CB) 발행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초 10만 원을 넘었던 주가도 최근 5만 원대까지 하락했다.
금양 관계자는 “경영진단 담당 임원은 한울회계법인을 퇴사한지 10년이 넘어 전혀 이해관계가 없다”며 “자금 조달을 위한 모든 카드를 펼쳐놓고 금융기관과 제3투자자 등을 접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