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연금개혁, 무소뿔처럼 직진하라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전 한국연금학회장





5월까지 진행된 연금 개혁 논의는 참담함 그 자체다. 지난해 5차 재정 계산에서 국민연금이 지속 불가능한 것으로 진단됐는데도 후세대에 더 덤터기 씌우는 개악안을 선택하자고 해서다. 필자가 이끄는 연금연구회에 따르면 국민연금 미(未)적립 부채는 1825조 원(2023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81%)이 넘는다. 이미 약속한 연금을 지급하려면 이만큼 부족하다는 뜻이다.

야당 대표와 전 국회의장까지 나서 통과시키자고 했던 ‘소득대체율 44%-보험료율 13%’는 빚을 더 많이 늘린다. 이 안으로 빚을 늘리지 않으려면 보험료를 21.8% 걷어야 한다. 8.8%포인트 적게 걷으니 2050년에 6366조 원으로 3.5배가 늘어난다. 그런데도 빨리 통과시키자고 한다. 개혁안과 개악안을 구분 못 해서인지 아니면 포퓰리즘의 화신이라 그러한 건지 궁금하다. 6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연금 전문가 회의에 참석한 노르웨이·핀란드·호주·일본 전문가들은 소득대체율을 40%로 유지해도 13% 이상의 보험료를 걷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리 OECD 사무국도 국민연금의 재정적 지속 가능성을 강조하고 있다.



대통령실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자동 안정 장치 등은 연금 개혁 방향으로 바람직하다. OECD 회원국의 70%가 이미 출생률·평균수명·경제성장률 변화를 연금 재정에 자동으로 연동시키는 자동 안정 장치를 도입했다. 스웨덴은 1999년, 독일·일본은 2004년에 도입했다. 당장 도입한다 해도 20년 늦었다. 그런데도 재정 안정 달성을 위한 보험료와 소득대체율의 큰 괴리를 들어 자동 안정 장치를 도입하면 연금액 대폭 삭감이 우려된다고 비판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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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25년 전 ‘스웨덴 공적연금제도 개혁과 시사점(보건복지포럼·1999년 9월)’에서 자동 안정 장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세대 간 형평성과 제도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우리의 확정급여 방식은 유지가 되는 핀란드식 준자동 안정 장치인 기대여명계수(Life expectancy Coefficient)를 활용해 보험료율 2%포인트 인상 효과가 있는 방식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향후 10년 동안 노동시장을 개혁해 가면서 연금 수급 연령이 65세로 연장되는 2033년 이후부터 작동시키면 연착륙을 할 수 있어서다.

이미 발생한 막대한 미적립 부채를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세대별로 보험료를 차등 부담, 즉 중장년층이 일시적으로 더 부담할지라도 젊은 층보다 연금 혜택이 훨씬 많다는 점을 알려야 한다.

기초연금 수급자의 3분의 1은 빈곤한 노인이 아닌데도 빈곤하지 않은 노인과 똑같이 지급한다. OECD는 기초연금 대상자를 줄이면서 취약 노인에게 더 많이 지급해 높은 노인 빈곤율을 낮추라고 권고했다. 적용 대상의 80% 이상이 가입해야 노후 소득의 한 축으로 인정하는 OECD의 퇴직연금 적용 기준을 달성하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OECD가 인정하는 소득대체율을 크게 늘릴 수 있어서다.

최근 바른청년연합이 “국민연금 폭탄 돌리기 스톱(STOP)”을 외치며, 포퓰리즘을 조장하는 국회의원 낙선 운동 및 1000만 명 서명운동을 하겠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는 개혁이 시급한 조치와 중장기 과제를 분리해 무소의 뿔처럼 연금 개혁에 직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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