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개교 1주년 맞는 태재대… "AI 기반 학부 개편·대학원 신설 나설것"

염재호 태재대 총장

학생역량 제고 '태재 비전' 선포

대학조직에 'AI 숨결' 불어넣고

교육 행정등 학생 문제해결 중점

"해외 나갈 기회 제공·지원은 숙제"

염재호 태재대 총장이 26일 서울 종로구 원서동 태재대 대학본관에서 개교 1주년 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승령 기자염재호 태재대 총장이 26일 서울 종로구 원서동 태재대 대학본관에서 개교 1주년 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승령 기자




“당장 눈앞에 보이는 교육을 좇지 않습니다.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사과나무 한 그루를 심는 마음으로 세계 대학 교육의 미래를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모델을 제시해보고자 합니다.”



다음 달 1일 개교 1주년을 앞둔 태재대는 기존 대학 교육의 패러다임을 180도 바꿨다. 100% 온라인 수업에 전공 학과도 없다. 학생 개인 역량의 ‘기초 체력’을 도모하는 교과목과 연구보다는 학생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가르침’에 중점을 둔 교육 방식은 기존 대학들과 전혀 다른 태재대만의 특징이다.

염재호 태재대 초대 총장은 26일 서울 종로구 원서동에 자리한 태제대 대학본관 태재관에서 개교 1주년 기자 간담회를 개최했다. 염 총장은 “2002년 월드컵 당시 히딩크 감독이 선수들에게 강도 높은 체력 훈련을 시켰는데 반발이 많았지만 끝내 박지성 같은 세계적인 선수를 키울 수 있었다”면서 “이 같은 생각이 잘 전달돼서 우리 고등교육에 한 획을 긋고 다른 대학에 자극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염 총장의 말처럼 학생들의 개인적·사회적 역량을 향상시키는 것은 태재대의 제1 목표다. 태재대는 지난해 9월 1일 개교한 이래 신입생들이 속한 혁신기초학부를 비롯해 인문사회학부, 자연과학부, 데이터과학과 인공지능학부, 비즈니스 혁신학부 등 5개 학부로 운영되고 있다. 첫해 학생 31명으로 시작한 태재대에는 다음 달 25명의 신입생이 입학한다.

이날 염 총장은 지난 1년을 돌아보며 학생 개개인의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한 ‘태재 비전 2030’을 선포했다. 비전 2030의 주요 내용은 △학술적 조직 개편 △교과과정과 비교과과정 개편 △세계 명문 대학으로의 위상 정립 △학생 중심의 교육 지원 서비스 고도화 △인적자원 관리 등 총 5개 분야다.

특히 인공지능(AI) 기반 학부 체제 개편과 AI 대학원 및 아카데미 설치 등 기존 대학 조직에 AI의 숨결을 불어넣는 작업은 태재대 학술 조직 개편의 핵심이다. 최근 국가인공지능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내정된 염 총장은 “지난해 챗GPT 4.0이 나오면서 많은 충격을 줬고 이에 우리도 AI 기반의 미래 대학으로 나아가야겠다고 생각을 했다”면서 “지금 AI가 소개되고 곳곳에서 이를 기반으로 한 기술 혁신이 시작되고 있지만 앞으로 더욱 활발히 AI가 적용되는 사회가 오면 우리 교육도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AI 시대의 교육 환경 변화를 강조하는 염 총장은 올해 신입생들을 선발하는 면접 과정에서 이미 AI 기술을 적용했다. 집단 토론 면접에서 교수들이 아닌 AI가 질문을 던지고 토론 과정을 영상으로 찍어 코딩한 후 면접관에게 전달해 평가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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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태재대는 졸업에 필요한 학점에 맞춰 학기마다 수업을 선택하는 기존의 방식과 달리 학부 전 과정에서 학생이 주도적으로 학습 계획을 설계하는 ‘자기설계융합전공’ 확대를 통한 학제의 다양화도 꾀한다.

26일 서울 종로구 원서동 태재대 본관에서 염재호 태재대 총장이 크로마키 작업실을 소개하고 있다. 이승령 기자26일 서울 종로구 원서동 태재대 본관에서 염재호 태재대 총장이 크로마키 작업실을 소개하고 있다. 이승령 기자


학생·교수·교직원으로 구성된 기존의 대학 체계에도 변화를 줬다. 대학 행정과 교무 행정 등 기존의 교직원 업무에서 벗어난 태재대 직원들은 ‘솔루션 디자이너’로 불린다. 이들은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로서 학생들이 난관에 봉착하거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일이 생기면 당면한 과제를 함께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

고려대 총장을 지낸 염 총장은 “대부분의 대학은 관료화·제도화돼 있다”면서 “행정 서비스는 어떻게든 문제를 풀어주는 게 중요한데 교직원들도 모두 해결책을 디자인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는 의미에서 솔루션 디자이너들이 모인 미래형 조직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AI 기반의 스마트 교육 지원 체계 구축, 장학금 재원 발굴 등 학생 중심의 교육 지원에 솔루션 디자이너들이 필수적인 이유다.

새로운 조직 구성과 학생 중심의 교육 환경, 연구보다는 교육에 초점을 둔 교수 임용 등을 내세운 태재대는 미국 대학 인가를 위한 절차를 진행하는 등 글로벌 대학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학생들도 현재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온라인 강의로 학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내년 봄이면 일본 도쿄에서, 그 이후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등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예정이다. 태재대는 원활한 국제 교류를 위해 9월 학기제로 운영되고 있다.

염 총장은 “지난 1년을 돌이켜보면 어려운 점이 있었다기보다는 그래도 보람을 느끼는 일이 많았던 한 해가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지금부터 도전해야 하는 것은 학생들을 해외로 보내야 하는데 그곳에서 얼마나 학생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자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가다”고 강조했다.

이승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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