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빅컷' 기대에 약달러 가속…엔·위안화 가치 일제 상승

엔화 가치 달러당 143엔선

위안화도 7.1위안 벽 무너져

원화, 5개월 만에 1310원대

신흥국 통화 전반 강세 전환


잭슨홀 연설 이후 미국의 9월 기준금리 인하가 확실시되자 달러화 약세가 가파르게 진행되며 전 세계 외환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통화정책을 긴축으로 전환하고 있는 일본의 엔화 가치는 물론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 인하를 저울질하고 있는 중국의 위안화 가치까지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내 ‘빅컷(0.5%포인트 금리 인하)’을 단행할 가능성도 점쳐지는 가운데 달러화를 팔아서 신흥국 통화를 사들이는 ‘뉴 캐리 트레이드’ 움직임까지 더해질 경우 약(弱)달러 추세는 더욱 심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국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25일(현지 시간) 장중 100.534까지 내려가며 지난해 7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달러인덱스는 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인 잭슨홀미팅을 앞둔 21일 올 들어 처음으로 101선 아래로 떨어진 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통화정책을 조정할 때가 왔다”며 다음 달 17~18일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인하 방침을 못 박자 달러화 약세가 급격히 진행되는 양상이다.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감에 일본 엔화 역시 강세를 이어갔다.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26일 한때 143.45엔까지 하락(엔화 가치 상승)했다. 엔·달러 환율이 143엔 선을 기록한 것은 일본은행(BOJ)의 지난달 말 기준금리 인하로 141엔 선까지 내렸던 5일 이후 3주 만이다. 앞서 일본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에도 환율이 161엔 선까지 치솟았던 지난달 10일과 비교하면 엔화 가치는 10% 이상 상승했다. 블룸버그는 “파월 의장의 발언 이후 기준금리 인상을 추진하는 일본과 (미국 간 통화정책) 차이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고 짚었다.







중국 인민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그간 약세를 나타내던 위안화 가치까지 강세를 나타냈다. 위안·달러 환율은 이날 역외 시장에서 최근 1년 동안 가장 낮은 수준인 7.1082위안까지 하락(위안화 강세)하며 7.1위안 벽을 허물었다. 미국의 금리 인하가 확실시되면서 중국의 금리 정책의 부담감을 덜어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지난달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자 사실상의 기준금리에 해당하는 대출우대금리(LPR)를 1년물과 5년물 모두 0.1%포인트 인하했지만 이달에는 은행들의 수익성 악화를 막기 위해 금리를 동결하며 숨 고르기에 나섰다. 중국 정부가 급격한 위안화 강세에 따른 경제적 충격을 경계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이달 들어 3개월 만에 금 수입 할당량을 처음으로 늘렸다. 인민은행은 위안화가 약세를 보일 때는 금 수입을 축소한다. 최근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위안화 환전 조사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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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준이 다음 달 빅컷에 나설 가능성까지 언급되면서 인하 폭과 속도에 따라 달러 약세는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기준 연방기금 금리 선물 시장은 9월 기준금리가 25bp(1bp=0.01%포인트) 인하될 확률을 61.5%, 50bp 인하될 확률을 38.5%로 보고 있다. 올해 말까지 인하 예상폭은 102bp다. 연내 FOMC가 세 차례 남은 것을 고려하면 빅컷 한 번, 베이비컷(0.25%포인트 금리 인하) 두 번을 예상하는 셈이다. 이에 다음 달 6일 발표될 미국의 8월 고용 보고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존 벨리스 BNY멜론 외환전략가는 “미국 고용지표가 약하게 나올 경우 인하 폭이 50bp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신흥국 통화들도 일제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1319.9원으로 3월 이후 5개월 만에 1310원 선까지 떨어졌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약달러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봤다. 다만 유럽의 추가 금리 인하와 미국 엔비디아 실적 발표, 중동 리스크 등이 겹쳐 원·달러 환율이 연초 수준인 1200원대로 떨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원화가 엔화에 동조하며 힘을 얻는 양상”이라며 “하지만 유럽 등도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여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 밑으로 하락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부 아시아 통화는 저금리 국가 통화를 빌려 고금리 신흥국 통화와 주식에 투자하는 ‘뉴 캐리 트레이드’의 수혜를 받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씨티그룹은 일부 헤지펀드들이 이 같은 전략에 나서며 미국 달러를 팔고 있다고 짚었다. 지난달부터 이달 23일까지 말레이시아 링깃화(+7.2%), 인도네시아 루피아화(+5.1%), 필리핀 페소화(3.8%) 등 모두 달러 대비 가치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정혜진 기자·김혜란 기자·베이징=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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