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청와대에서 국정기획수석비서관을 지낸 곽승준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가 서울 강남의 건물 임대 수익 수십억 원을 둘러싼 부친과의 소송전 2심에서 패했다. 곽 전 수석은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인 2008년 4월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정부 고위공직자 재산 등록 현황에서 재산이 총 110억 307만 원으로 청와대 비서진 중 가장 많았다. 곽 전 수석의 부친은 곽삼영 전 고려산업개발 회장이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15부(윤강열 정현경 송영복 부장판사)는 곽 전 수석과 부친 간 부당이득금 청구 소송에서 곽 전 수석이 부친에게 3900만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곽 전 수석이 손해배상 소송을 내자 부친이 맞소송을 제기한 상황에서 재판부가 부친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곽 전 수석의 부친은 1987년 강남에 한 건물을 짓고 2013년까지 곽 교수에게 지분의 80%를 증여했다. 이어 2009년 강남에 또 다른 건물을 짓고 곽 전 수석에게 지분 25%를 증여했다. 2009∼2018년 두 건물에서 발생한 32억여원의 임대 수익은 부친이 관리했다.
2019년 12월 곽 전 수석은 부친을 상대로 자신의 건물 지분만큼의 임대 수익을 달라는 소송을 냈다. 이에 부친은 자신이 살아있는 동안 임대료 등 수입을 직접 관리한다는 조건으로 건물을 증여한 '부담부 증여'이기 때문에 임대 수익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항변하며 이듬해 맞소송을 제기했다. 부담부 증여는 재산 뿐만 아니라 대출금 등 부채를 함께 증여하는 방식이다.
1심은 부친이 위와 같은 조건으로 증여한 사실이 입증되지 않았고, 설령 입증된다고 해도 법적으로 부담부 증여라고 볼 수 없다며 곽 전 수석의 손을 들어줬다. 2심 역시 부담부 증여였다는 부친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2심 재판부는 부친의 "그간 곽 전 수석이 내야 할 소득세와 증여세 등을 대납해 그 액수만큼의 구상금 채권이 있고 이를 상계해야 한다"는 주장을 받아들였다. 부친이 가진 구상금 채권 규모가 건물 임대수익과 관련한 곽 전 수석의 채권보다 크기 때문에 곽 전 수석의 채권이 소멸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아울러 곽 전 수석이 2021년 한 건물의 일부 임대수익을 독식했다며 이 중 부친의 지분에 해당하는 3900만여원을 반환하라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