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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R업체 "수익성 낮다" 손사래…"건당 100원 수수료 받아야" 요구도 [실손 청구 간소화 '반쪽' 우려]

두달 뒤 '30병상 이상' 시행한다지만

소규모 병원 자체 전산시스템 없어

EMR사 협력 필수인데 참여율 저조

보험개발원서 SW개발비 지원에도

유지관리비 등 명목 추가지급 주장





실손보험 가입자가 보험사에 영수증과 진료 내역서 등 서류를 일일이 보내지 않아도 자동으로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실손 청구 간소화’ 서비스가 예정된 날짜에 제대로 출범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 것은 전자의무기록(EMR) 업계와 보험 업계, 더 크게는 금융 당국과의 의견 차이 때문이다.



실손 청구 간소화 시스템은 병의원이 보험금 청구 서류를 전송 대행 기관인 보험개발원을 통해 보험사에 전자적 방식으로 전송하는 체계다. 보험 업계와 의료계가 목표대로 10월 25일부터 30병상 이상 모든 병원에서 실손 청구 전산화 시스템을 일괄 오픈하려면 EMR 업체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

보험 업계의 한 관계자는 “30병상 이상 병원 중에서도 자체 전산 시스템을 갖춘 상급종합병원들이 아니라면 EMR 업체가 판매한 상용 프로그램을 써서 환자별 차트와 영상 기록 등을 관리한다”며 “실손 청구에 필요한 서류 역시 EMR 업체들이 보험개발원에 전송해줘야 하는데 이들이 참여가 저조하니 진퇴양난에 빠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급종합병원을 제외한 대부분 병원과 의원들은 각자의 진료 과목과 사업 특성에 따라 유비케어·비트컴퓨터·세나클소프트 등 EMR 업체와 계약하고 자체 서버 또는 클라우드에 환자 차트 등을 장기적으로 보관·관리하고 있다. 이에 따라 EMR 업체를 단기간에 교체하기가 어렵고 계약 EMR 업체가 실손 청구 간소화 사업에 참여해야만 환자별 청구 서류를 전송 대행 기관인 보험개발원에 보낼 수 있다. 현재 EMR 업체 55개 가운데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시스템 구축 사업에 참여한 업체는 10여 곳에 불과하다. 이들 업체가 관리하는 병원은 542개로 전체 대상 의료기관(4235개)의 12.8% 남짓으로 추정된다. 대형 EMR 업체가 전산 시스템 구축 사업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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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R 업체들이 사업 참여를 주저하는 것은 비용 때문이다. 전산 시스템 구축·운영 주체인 보험개발원은 사업 참여 EMR 기업에 전송 소프트웨어 개발비 1200만 원 및 병원당 설치비 10만~15만 원을 준다는 방침이지만 EMR 업체는 이 금액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시스템 운영과 유지 보수 등에 들어가는 돈이 만만찮아 섣불리 사업에 참여했다가는 손실을 본다는 게 EMR 기업들이 몸을 사리는 이유다. 일부 업체들은 전송 건당 100원의 수수료는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간 실손 청구가 1억 건 이상 이뤄지는 것을 감안하면 이 경우 보험 업계가 연간 100억 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EMR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간소화 서비스로 보험 가입자들은 편의성이 향상되겠지만 시스템 구축 업체에 돌아오는 몫은 크지 않다”면서 “보험개발원이 업체들이 원하는 만큼 비용을 지불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어 선뜻 나서는 기업들이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EMR 기업들은 관련 서비스를 이미 자체 운영하고 있어 금융위원회와 보험 업계가 주도하는 사업에 참여할 경우 관리를 두 번 해야 하기 때문에 참여도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험개발원은 EMR 업체들을 최대한 개별 설득한다는 방침이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어 고민이다. EMR 업체들에 대한 지원금을 올리려면 보험사들의 동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금융 당국과의 협의를 거쳐 시스템을 이미 구축한 상급종합병원부터 서비스를 시작하는 방안이 유력한 상황이다. 보험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융위와 보험개발원 모두 어떻게든 잘해보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안다”면서도 “하지만 EMR 업체들의 참여가 끝내 저조할 경우 10월 25일 이후에도 일부 환자들은 여전히 환자가 종이 영수증과 진료 내역서를 보험사에 보내줘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손보험 가입자는 2022년 말 기준 약 3,997만 명으로 매년 약 1억 건의 청구가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자가 직접 서류를 떼서 팩스나 PC·스마트폰으로 보험사에 보내는 현재 방식은 병의원의 인력과 자원 낭비를 초래한다. 보험 가입자들 입장에서는 ‘귀찮아서’ 청구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아 2021년과 2022년 각각 2500억 원 이상이 미청구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제도 개선을 권고했고 14년 만인 지난해 가을 간소화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올해는 30개 병상 이상 병원에 간소화를 우선 적용하고 내년 10월 25일부터는 의원과 약국까지도 포함시킨다는 게 정부와 보험 업계, 의약계의 목표다.


맹준호 기자·양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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