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텔 이사회에서 사임한 립부 탄 전 케이던스 최고경영자(CEO)가 ‘관료적 문화’에 대한 염증으로 회사를 떠났다는 보도가 나왔다. “편집증 환자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앤디 그로브 전 CEO의 운영 철학을 바탕으로 세계 최고 반도체 기업에 오른 인텔이 위험을 기피하고 무사안일만을 추구하는 ‘사내 정치’로 무너지고 있다는 비판이 따른다.
27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은 “탄 이사의 갑작스러운 사임은 팻 겔싱어 CEO 및 타 이사진과의 의견 차이 때문”이라며 “탄 이사는 비대한 인력, 위험 회피적인 문화, 뒤처진 인공지능(AI) 전략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지만 결국 인텔의 관료적 문화에 좌절감을 느끼며 떠나게 됐다”고 전했다.
탄 이사는 3대 반도체 설계(EDA) 업체 중 하나인 케이던스 CEO를 지냈다.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복귀 과정에서 설계 구현 노하우를 전수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받으며 2년 전 이사회에 합류했다. 지난해 10월부터는 제조 운영 감독도 맡았으나 이달 22일 갑작스럽게 사임했다. 로이터는 “탄 이사는 반도체 주문 제작인 파운드리를 보다 고객 중심적으로 만들고 불필요한 관료주의를 제거하자는 요청이 관철되지 않자 좌절감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탄 이사는 최근 인텔이 발표한 인력 감축 계획에 대해서도 이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인텔은 이달 직원 15%가량을 해고한다고 밝혔다. 현재 인텔의 총직원은 12만 5300명으로 1만 8000명 이상을 내보내겠다는 것이다. 탄 이사는 제조에 기여하지 않고 사내 정치에 몰두하는 중간 관리자를 솎아내기를 기대했다. 로이터는 “인텔 직원은 엔비디아와 TSMC를 합친 것보다 많고 일부 팀은 경쟁사 AMD 대비 5배나 컸다”며 “탄 이사는 서버 및 데스크톱 칩 부서의 발전을 방해하는 관료적인 중간 관리자들이 넘쳐난다고 봤으며 이런 이들을 해고해야 한다고 믿었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전직 인텔 임원들을 인용해 “탄 이사는 인텔이 50년 역사상 가장 암울한 시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떠나게 됐고 이사회에 칩 산업 기술 및 비즈니스 통찰력의 공백을 남겼다”며 “그의 사임은 인텔을 잠재적인 행동주의 주주 공격에 취약하게 만들었고 인텔은 방어를 위해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를 끌어들이게 됐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