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29일(현지 시간) 대선에서 당선될 경우 공화당 출신 인사를 정부 요직에 임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합과 균형의 면모를 강조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차별화하고 중도층과 중산층 표심을 끌어안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CNN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서로 다른 견해와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내가 구성할 내각에 공화당원 출신의 인사가 있다면 미국인들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다만 구체적인 인물을 공개할 때는 아직 아니라고 덧붙였다. 올 7월 21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대통령 후보직을 사퇴한 뒤 대선 경선에 출마해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된 해리스 부통령이 언론과 사전에 준비된 원고 없이 인터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해리스 부통령은 중도와 보수, 인종, 성별에 대한 구분을 지양하고 통합을 강조하는 발언을 여러 차례 내놓았다. 그는 최초의 여성이자 흑인 여성 대통령이 된다는 것이 갖는 의미를 묻자 “나는 지금 이 순간 인종과 성별에 상관없이 모든 미국인을 위해 대통령직을 맡을 최적임자라고 믿기 때문에 선거를 뛰고 있다”고 답했다.
취임 직후 첫날에 무엇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제가 기회경제(opportunity economy)라고 부르는 계획에 대한 것”이라며 “생활용품 가격 인하, 중소기업 투자, 미국 가족들을 위한 투자를 위해 무엇을 할지가 포함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나의 최우선순위 중 하나는 중산층을 지원하고 강화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라며 ‘중산층 복원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셰일가스 추출을 위한 수압파쇄법(fracking·프래킹)을 금지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프래킹 허용 여부는 경합주이자 천연가스 산업의 비중이 큰 펜실베이니아에서 중요한 현안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2019년 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에는 환경 훼손 우려 때문에 프래킹을 금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왜 입장을 바꿨냐는 앵커의 질문에 “내 가치는 달라지지 않았다”고만 답했다. 그러면서 “여전히 기후변화는 중요한 문제”라며 “프래킹을 금지하지 않고도 청정에너지 경제를 늘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불법이민 문제와 관련해서는 “우리는 국경을 불법으로 넘는 사람들에게 대응하는 법들이 있으며 이런 법은 준수하고 집행해야 하며 (어길 경우) 결과가 뒤따라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부통령으로서 남부 국경 문제를 해결하는 임무를 맡았지만 전면적 망명 제한을 결정하는 데 왜 3년 반이 걸렸느냐’는 앵커의 압박 질문을 받자 해리스 부통령은 “부통령으로서 수행한 업무는 해당 (국경) 지역에 대한 대규모 투자 등의 많은 혜택을 가져왔고, 그 일로 인해 그 지역에 오는 이민자 수는 실제로 감소했다”고 답했다.
공화당이 해리스 부통령의 약점이라고 공격하는 외교 분야 관련 질문은 가자지구 전쟁에 집중됐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스라엘의 방어에 대한 내 약속은 분명하고 흔들리지 않는다”면서도 “무고한 팔레스타인인이 너무 많이 희생됐고 (휴전) 합의를 타결해야 한다. 전쟁은 끝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휴전 이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략과 관련해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각종 설문에서는 해리스 부통령의 우위가 이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달 24~28일 전국 유권자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양자 대결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48%의 지지율로 트럼프 전 대통령(47%)을 오차범위(±2.5%포인트) 내에서 앞섰다. 지난달 같은 설문에서는 해리스 부통령이 2%포인트 차로 뒤졌다. 경합주에서도 해리스 부통령의 우위가 나타났다. 블룸버그뉴스·모닝컨설트가 23~27일 애리조나와 조지아·미시간·네바다·노스캐롤라이나·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 등 7개 주 등록 유권자 496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평균 2%포인트 차이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앞섰다. 오차범위는 주별로 ±1∼5%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