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여명]엔비디아 비판, 질투심 때문만은 아니다

이상훈 투자증권부장

엔비디아 실적 시장 기대 못 미쳤다지만

영업이익률 62%로 사실상 독과점 수준

글로벌 증시 영향 막강한 만큼 우환거리

AI인프라 장악해 경쟁사 진입 어려워

빅테크 AI과잉 투자엔 독과점이 한몫

엔비다아향한 독과점 공세로 시장 영향

엔비디아 GPU는 AI 시대를 성큼 열어젖혔지만 너무 비싼 가격으로 여러 문제를 낳고 있다. 엔비디아의 전성시대는 젠슨 황의 선견지명에 따른 것일 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일까. 연합뉴스엔비디아 GPU는 AI 시대를 성큼 열어젖혔지만 너무 비싼 가격으로 여러 문제를 낳고 있다. 엔비디아의 전성시대는 젠슨 황의 선견지명에 따른 것일 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일까. 연합뉴스




최근 엔비디아의 올 2분기(5~7월) 실적이 나왔다. 다락같이 오른 시장 기대치를 밑돌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무려 62%다. 독과점 기업도 이 정도 이익을 내기는 어렵다. 인공지능(AI) 인프라의 급소를 선점한 엔비디아기에 가능한 수치다. 집계기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엔비디아의 데이터센터용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점유율은 90% 남짓(올 상반기 기준)이다. 엔비디아 실적의 글로벌 증시 파급력이 미국 경제의 침체를 가늠하는 고용 지표와 맞먹는다는 분석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그런데도 엔비디아 독과점을 바라보는 관점은 너무 단순화돼 있다. 엔비디아가 일찌감치 개발자용 소프트웨어인 쿠다(CUDA)에 공을 들여 GPU에서 쿠다의 시장 지배력이 막강해졌다는 분석이 끝이다.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할인도, 협상도 할 유인이 없다. 그래서 개당 4000만~5000만 원의 GPU가 자연스럽게 탄생한다는 논리다.

경제 교과서에는 독과점이 경쟁의 강도를 낮춰 기업이 가격을 올린다고 말한다. 하지만 반도체만 놓고 보면 그게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메모리를 한 번 보자. 지금의 D램 3강은 메모리 업체들이 독과점을 향해 경쟁 업체를 죽이는 치킨게임을 마다하지 않았기에 만들어진 구조다. 그런데 삼성전자와 같은 치킨게임의 승자들은 경쟁자가 사라진 이후에도 메모리 가격을 올리지 않고 계속 싸게 정보기술(IT) 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연쇄적으로 소비자는 그 편익을 누리고 있다. 반도체는 독과점이 교과서와 달리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시 엔비디아로 돌아와 보자. 사실 엔비디아가 독과점 업체라고는 하지만 엔비디아가 직면한 경쟁의 강도는 절대 약하지 않다. 암페어→호퍼→블랙웰→루빈 등 엔비디아의 GPU 계보에서 보듯 신제품 출시 주기는 과거 2~3년에서 이제는 전작이 나온 지 1년도 될까 말까 한 시점으로 당겨졌다. AMD(MI300X)·인텔(가우디)은 물론 네이버(마하)·아마존(인퍼런시아)·마이크로소프트(MS·마이아)처럼 자체 칩을 내놓고 있는 빅테크와 텐스토렌트류의 스타트업 등 경쟁자의 추격이 거세 엔비디아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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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엔비다아에 대한 경계의 시선을 누그러뜨리기 힘든 것은 엔비디아의 전성시대가 결과론적으로 다른 업체를 철저히 배제하는 형태로 구현되고 있다는 데 있다. 최근 엔비디아의 블랙웰200(B200) GPU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MS와 엔비디아의 충돌이 대표적인 사례다. MS는 여러 브랜드의 GPU 탑재가 가능한 자체 맞춤형 서버 랙을 사용하길 원했지만 엔비디아는 자신의 제품만으로 구성된 전용 서버 랙 사용을 강요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개별 칩이 아닌 시스템의 전체 성능을 엔비디아의 최고 경쟁력이라고 강조해온 만큼 앞으로 이런 갈등은 빈발할 것이 불보듯 하다.

빅테크는 이미 국가 권력에도 부담스러운 존재다. 정치·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통제가 어려워질 만큼 영향력이 커진 때문이다. ‘빅테크로부터 삥을 뜯는다(빅테크들이 고가의 GPU 투자에 나서는 것을 이름)’는 표현이 나올 만큼 차원이 다른 빅테크로 자리매김한 엔비디아에 대해 개별 정부의 견제가 없을 리 만무하다. 프랑스는 엔비디아의 지배력이 공정 경쟁을 옥죄고 있다며 반독점법 위반 조사에 들어갔다. 전통적으로 시장의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미국도 엔비디아의 독과점이 빅테크의 과잉투자, 소비자에 대한 부담 전가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AI 인프라를 장악하고 있는 엔비디아가 혁신의 싹 자체를 자를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 강하다.

결은 다른 얘기지만 최근 재무난에 봉착한 인텔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매각 가능성이 나왔다. 이 소식을 들었을 때 웨이저자 TSMC CEO가 들고나온 파운드리2.0 개념이 오버랩됐다. 독립적인 개별 패키지 시장까지 두루 합친 이 개념을 적용하면 TSMC의 파운드리 점유율은 60% 남짓에서 30% 아래로 뚝 떨어진다. 천하의 TSMC도 독과점의 화살이 자신을 향할까 염려하고 있다는 뜻이다.

시장에서 설왕설래인 ‘AI 피크아웃’ 논란도 따지고 보면 엔비디아 독과점의 또 다른 폐해일 수 있다. 엔비디아 독과점에 대한 공격이 경쟁자의 시기·질투심에서만 나온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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