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역대급 가계빚 증가…일관된 ‘대출 억제·공급 확대’ 원칙 지켜라


지난달 가계 대출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급증했다. KB국민·신한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29일 기준 주택담보대출은 567조 735억 원으로 전월 대비 7조 3234억 원 늘었다. 이는 7월의 월간 최대 증가 폭(7조 5975억 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만약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실행(9월 1일)에 앞서 30~31일 수요가 몰렸다면 8월 전체 5대 은행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은 8조 원 안팎에 달했을 수도 있다. 가계 대출 증가세는 서울 등 수도권의 주택 거래가 빠르게 늘어나는 현 상황에서 쉽게 꺾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집값 상승에 초조해진 40대 실수요자들까지 매수에 가세해 7월 서울 주택 거래가 2년 11개월 만에 1만 건을 돌파했을 정도로 부동산 시장은 뜨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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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가계빚 폭증은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 탓이 크다. 정부는 특례보금자리론·디딤돌대출 등의 정책 대출을 확대하고 DSR 규제 시행을 연기하면서 대출 수요를 자극해 문제를 키웠다. 이로 인해 가계 부채가 급증하자 금융 당국은 부랴부랴 은행권을 압박하면서 대출금리가 급격히 상승해 실수요자들만 피해를 보고 은행들의 배만 불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코로나19 유행 시기의 초저금리 상황에 버금가는 가계빚 급증은 경제에 큰 암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세계 최상위권 수준인 가계 부채가 더 증가했다가는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는 3년 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 광풍을 방불케 하는 가계빚 급증을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문재인 정부는 집값을 잡겠다며 규제를 강화하면서도 총 160조 원이 넘는 전세 대출을 풀어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영끌 광풍을 불러왔다. 지금의 역대급 가계빚 증가는 규제 강화 전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기 어렵다. 한번 불붙은 주택 매수세는 쉽게 진정되지 않는 데다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하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주택담보대출 증가세에 대해 높은 경각심을 갖고 일관된 대출 억제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 아울러 수요자가 선호하는 새 아파트의 공급 확대 등 시장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도 적극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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