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의료대란, 국민이 멈춰달라” 호소하더니…“의사 회원 안녕이 우선”

의협 회장, 2일 대국민 호소문 배포

추석연휴 진료지정 추진에 여론 격화

의사 회원들에 추석연휴 진료 안

31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대한의사협회 긴급 임시대의원총회에서 단식 투쟁 중인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영상으로 인사말을 대신하고 있다. 연합뉴스31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대한의사협회 긴급 임시대의원총회에서 단식 투쟁 중인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영상으로 인사말을 대신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대 증원과 간호법 통과를 규탄하며 단식 투쟁에 들어간 지 엿새 만에 건강악화로 중단한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2일 대국민 호소에 나섰다.



임 회장은 이날 '단식을 중단하며'로 시작하는 의료 정상화를 위한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저희 의사들은 하루빨리 대한민국 의료를 정상화하고 싶다"며 "국민들께서 이 사태를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임 회장은 간호법 제정안이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둔 지난달 26일 단식에 들어갔다. 그러나 단식 6일째인 지난달 31일 저녁 건강악화로 병원에 긴급 이송됐다.



임 회장은 호소문에서 "국민 생명을 구하기 위해 정부의 근거 없는 2천명 의대정원 증원으로 초래된 의료사태 해결을 대통령과 국회에 촉구하는 단식을 시작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대통령 국정 브리핑에서 정부의 충격적인 의료상황 인식을 확인했다"며 "우리나라 의료체제 붕괴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의료계가 수없이 호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철저히 무시하고 짓밟은 결과 우리 사회는 풍전등화의 상황에 놓였다는 게 임 회장의 진단이다.

관련기사



그는 "우리나라 의료 체제도 개선할 문제는 있지만 현재의 우수함을 지켜 나가는 것이 기본이 돼야 한다. 정부가 한국의 좋은 의료를 함부로 망가뜨리고 일방적으로 의료개혁을 강행해 2월 전에는 없었던 의료대란을 국민들께서 겪고 계시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사태 해결을 위해 국민들이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장 2025년 의대 입학정원 증원이 계획대로 되면 올해 휴학한 의대생들까지 약 7700명을 가르쳐야 해 의대 교육은 파탄을 피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또 의사 3000명, 전문의 3000명이 배출되지 않아 혼란은 엄청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수십 년을 좌우할 장기적인 문제를 이렇게 졸속으로 의료대란을 일으키며 허겁지겁 추진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국민들께서 정부가 무리한 정책을 일단 멈추고, 국민을 위한 의료제도 개선을 위해 의료계와 논의하라고 정부에 요구해 주실 것을 간곡하게 부탁드린다"고 읍소했다. 그러면서 "이제 단식을 마치고,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막을 수 있도록 14만 의사의 힘을 모으겠다"고 강조했다.

대통령과 정부, 국회에 현 의료공백 사태 수습을 촉구하며 6일째 단식을 이어가던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31일 저녁 대한의사협회 농성장에서 건강 악화로 인해 인근 병원으로 후송되고 있다. 연합뉴스대통령과 정부, 국회에 현 의료공백 사태 수습을 촉구하며 6일째 단식을 이어가던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31일 저녁 대한의사협회 농성장에서 건강 악화로 인해 인근 병원으로 후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당초 의협은 간호법이 최종 통과된 지난달 28일 "간호법이 특정 직역 이익만을 위한 법안"이라고 규탄하며 "모든 직역의 의사들이 나서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의협은 지난달 31일 대의원회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비상대책위원회 설치에 관한 투표가 진행했으나 투표 인원 189명(총원 242명) 중 찬성 53명, 반대 131명, 기권 5명으로 안건이 부결됐다. 비대위를 출범하지 않고 현 집행부 중심으로 대응하기로 한 것이다. 임 회장이 거론했던 정권교체 운동 등 대정부 투쟁 계획도 구체화되지 않았다.

의정갈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간호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정부가 의협에 보낸 ‘추석 연휴 응급진료체계 운영’ 협조 공문이 공론화되면서 의료계 내부에서 의협 집행부를 향한 비판 여론은 거세지는 분위기다. 보건복지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는 추석 연휴 기간(9월 14~18일) 중 응급의료기관 외에 ‘문 여는 병의원’ 신청을 받아 지정·운영한다. 올해 추석 연휴 때는 문 여는 병의원(당직 병의원)을 예년(하루 평균 3600여 곳)보다 많은 4000곳 정도 운영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실제 최근 복지부가 최근 의협에 보낸 공문에는 ‘연휴 중 문 여는 동네 병의원이 부족하면 신청하지 않은 의료기관 중 (지자체가) 직접 추가로 지정하고, 지정된 병의원이 진료를 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를 두고 의료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제대로 된 협의도 없이 당직 병의원을 강제 지정해 통보하려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를 묵인한 의협을 향해서도 반발의 수위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의료계 한 의사는 "회원들 사이에서 회장 임기가 시작된 이후 제대로 된 대응은 커녕 의료계 위신을 떨어뜨리고 분란만 일으킨다는 불만이 높다"며 "단일대오로 정부와 싸워도 모자란 시국에 내부 분열을 하고 있으니 큰일"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의협은 이날 임 회장 명의로 '2024 추석 연휴 진료 안내'라는 제목의 공문을 내고 "이번 추석 연휴만큼은 대통령과 정부를 믿고 건강과 가정의 안녕을 살피는 시간 보내기 바란다"며 "응급실 외 회원 여러분의 건강과 가족의 안녕을 우선하길 바란다. 추석 연휴에 24시간 진료가 어려운 응급의료기관과 응급의료시설은 협회 회원권익센터로 추석 연휴 진료 불가를 신청해 달라. 국민에게 미리 알려 응급 진료 이용에 혼선이 없도록 홍보하고, 회원의 고충은 우리 협회에서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