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2일 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이 제기하는 ’계엄 준비 의혹’과 김 후보자가 주도한 대통령실 이전 논란 등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특히 야당은 계엄 준비 의혹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령 준비의 핵심 보직인 국방장관과 방첩사령관에 학연으로 얽힌 ‘충암파’를 앉혀 유사시 대비 친정 체제를 구축하려 한다며 집중포화를 퍼부어 여야 간 설전이 오갔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 후보자 임명이) 계엄령 대비를 위한 친정체제를 구축이라는 말이 있다”며 “계엄령과 같은 헌정질서를 교란할 수 있는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하는 점에서 후보자는 결단코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은 대통령에게 계엄 선포를 건의할 수 있는 김 후보자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물론 계엄 선포과정에서 국내 정보 수집 관련 중요 역할을 맡을 수 있는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과 박종선 777사령관이 모두 충암고 출신인 점을 꼬집으며 “이런 인사가 그동안 없었다”며 “우연치고는 2017년 (당시 국군기무사령부가 작성한) 계엄령 문건 (내용과) 유사하게 인사 시스템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답변에 나선 김 후보자도 “청문회는 정치 선동 자리가 아니다”라며 맞섰고, 여당 의원들도 “계엄 상황은 국민의힘이나 대통령이 만들지 않는다”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 정국에 대비해 계엄령 선포를 계획하고 김 후보자를 지명했다는 야당의 의혹 제기에 대해 “계엄령은 전시 사변에 준하는 국가의 혼란 상황일 때 발령할 수 있다”며 “(설사) 계엄령이 발령돼도 국회에서 재적의원 과반이 안 된다고 하면 끝나는데, 계속 계엄령을 이야기하는 것은 황당하다”고 반박했다.
같은 당 임종득 의원도 “민주당이 시도 때도 없이 탄핵을 입에 올리다가 이제는 계엄까지 운운하고 있다”며 “황당무계한 정치 선동이자 극단적인 망상”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윤 대통령과 김 후보자가 졸업한 충암고 출신 장성들이 군 주요 보직을 차지하고, 이 같은 인사에 김 후보자가 깊이 개입했다는 야권 주장을 놓고도 여야는 충돌했다.
추미애 민주당 의원은 충암고 출신 군 인사의 승진 과정에 김 후보자가 관여한 의혹이 있다며 “군이 후보자를 중심으로 사조직이 돼 버린다면 군이 제대로 돌아가겠냐”고 꼬집었다.
이에 강선영 국민의힘 의원은 “수십만 장병이 지켜보고 있고 수십만 대 휴대전화가 군에 보급된 21세기 대한민국 군대에서 1% 수준의 충암고 출신 장군이 군을 장악하고 권력을 마음대로 휘두른다는 것이 가능한가”라고 따졌다.
여야는 후보자가 채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당사자로 지목되는 것과 관련해서도 날선 신경전을 보였다.
안규백 민주당 “역대 병사가 사망한 사건에 대해서 정권이 개입해서 이렇게 논란이 많은 적이 있나”라고 추궁했다.
반면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은 “(외압설의) 주된 요인은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과 경호처장이던 김 후보자가 무엇 때문에 통화했냐는 것”이라며 “이 장관과 후보자가 채상병 사망사건에 대해서 주고받은 이야기는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외에 여야는 김 후보자가 주도한 대통령실 이전과 경호처장 시절의 ‘과잉 경호’ 논란에 대해서도 공방을 주고받았다.
김 후보자도 인사청문회 도중 야당 의원들의 각종 의혹 제기에 대해 물러서지 않고 맞받아쳤다. 김 후보자는 “청문회는 사실이 아닌 것을 갖고 거짓 선동하고 정치 선동하는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말조심하시라”고 강하게 응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