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갓생 늪에 빠진 청년에게 ‘내일'을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총괄전무





“상무님께선 ‘갓생'을 사시는군요.”



최근 건강관리를 위해 출근 전 아침 운동을 시작한 업계 지인이 사내 헬스장에서 마주친 직원에게 들은 인사말이다. ‘갓생’은 ‘신(God)’과 ‘인생(生)’의 합성어다.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고 생산적이고 부지런하게 사는 모범이 되는 삶을 뜻하는 신조어다.

청년들 사이에선 자기개발과 취업준비를 열심히 한다는 의미로도 쓰인다. 갓생 살기와 갓생 인증 챌린지가 하나의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으로 자리 잡았다. 어려운 취업 환경에서 나은 일자리를 잡기 위한 청년들의 취업 노력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청년층의 어려운 취업 여건은 일부 통계 지표에서도 나타난다. 최근 조사에서 미취업 청년(15~34세) 193만명 중 51.8%가 미취업 기간이 1년 이상이다. 미취업 기간 중 별다른 활동 없이 ‘그냥 시간을 보낸다’고 응답한 비율은 24.6%(47만3000명)나 된다. 일부 청년들은 구직 의지를 잃어버린 채 번아웃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다.



기업의 채용 환경도 낙관적이진 않다. 경총 조사에 따르면 올해 신규채용 계획이 있는 기업은 10곳 중 6곳이다. 하지만 채용 규모를 작년보다 확대하겠다고 답한 기업은 14.7%에 그쳤다. 대내외 경영 여건의 불확실성에 대한 기업들의 긴장감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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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인재상도 ‘현업 친화형 인재’로 바뀌었다. 가장 중요한 채용 평가 요소로 ‘직무 경험’을 꼽은 기업이 74.6%다. 업무에 바로 투입 가능한 직무역량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다.

직무 경험의 중요성이 커지니 청년들로부터 ‘도대체 신입이 어디서 경력을 쌓아요?’라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해가 간다.

방법은 없을까. 다행히 최근엔 기업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차원에서 청년들의 취업 발판이 될 직무훈련‧일경험 프로그램을 직접 운영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경총도 고용노동부와 함께 이러한 기업들과 ‘청년도약 멤버십’을 체결하고 청년 친화적인 기업 문화가 확산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참여 기업수가 114개까지 늘었지만 더욱 많은 기업의 참여가 필요하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각종 지원을 통해 민관이 함께 취업하지 않은 청년들에게 다양한 일경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청년 일경험 지원 사업’ 규모를 올해보다 1만명 더 확대할 예정이라고 한다. 직무역량을 높이고 일경험을 쌓으며 청년 일자리 문제를 풀어나가는 중요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민관 협력 프로젝트가 앞으로도 확대되길 기대한다.

물론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근본적으로 노동개혁과 첨단 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혁신이 뒷받침돼야 한다. 노동개혁으로 우리나라의 경직적인 노동시장에 유연성을 높이고, 미래 먹거리 산업에 대한 기업 투자를 가로막는 각종 규제를 혁신해야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가 더 많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일자리를 둘러싼 제도와 환경 자체가 바뀌어야 기업들의 청년고용 문제 해결을 위한 자발적인 노력도 더 힘을 받을 수 있다. 그런 튼튼한 울타리 속에서 우리 청년들이 ‘내 일(my job)’을 찾기 위해 마음껏 도전하고 성장하면서 미래 사회의 주인공으로 발돋움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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