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부와의 ‘반독점 소송’에서 패소한 구글에 대한 처벌 방안이 내년 8월까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구글 핵심 사업 분야인 검색과 웹브라우저 ‘크롬’, 모바일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 부문을 쪼개는 방안까지 거론돼 극단적으로는 미국 대표 빅테크 구글의 ‘해체’ 가능성도 언급된다.
7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워싱턴DC 연방법원의 아미트 메흐타 판사는 내년 8월까지 구글의 독점 행위에 대한 처벌 방안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소송의 피고인 구글이 패소한 만큼 원고이자 규제 기관인 미 법무부가 처벌 방안을 제시하라는 뜻이다.
지난달 5일 메흐타 판사는 법무부가 제기한 구글 검색 반독점 소송에서 “구글이 독점을 유지하기 위해 경쟁 업체의 기회를 저해해왔다”고 판결했다. 구글이 모바일 검색 기본 설정을 유지하기 위해 애플과 삼성전자 등 스마트폰 제조사들에 2021년 한 해에만 263억 달러를 지급하는 등 리베이트를 줬다는 것이다. 메흐타 판사는 구글이 검색 기본 값을 장악해 온라인과 모바일에서 각각 90%, 95%에 달하는 시장점유율을 유지해왔고 이를 바탕으로 이렇다 할 경쟁 없이 온라인 광고 가격을 꾸준히 인상할 수 있었다고 봤다.
당시 판사는 구글이 독점적 행위를 벌여왔다는 판결을 내렸으나 이에 따른 구체적인 처벌에 대해서는 추후 별도 재판을 통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8월까지 진행될 재판에서는 이 처벌 방안이 결정된다.
법원은 독점 여부에 대해서는 법무부의 손을 들어줬으나 처벌 방안과 관련해서는 구글의 목소리도 충분히 경청하겠다는 입장이다. 당초 법무부는 내년 2월까지 사실관계를 파악한 후 처벌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지만 메흐타 판사는 “구글도 원고(법무부)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하고 대응할 시간과 기회가 필요하다”며 연말까지 ‘정확하고 상세한’ 처벌안을 내놓도록 했다. 또 재판이 시작된 2년 전과 현재 시장 상황이 달라졌다며 마이크로소프트(MS)와 오픈AI 등 인공지능(AI) 경쟁사를 증인으로 소환하겠다는 구글 측 변호인의 전략을 수용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법원이 처벌안에 대한 공을 법무부에 넘긴 구도다.
처벌 수위를 결정해야 할 법무부는 고심이 깊어 보인다. 당초 지난달 반독점 판결이 내려졌을 당시 일각에서는 구글이 검색과 모바일, 웹브라우저, 광고 등 사업 분야별로 쪼개질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그러나 테크계 화두로 떠오른 생성형 AI 시장에서 MS·오픈AI 진영이 독주하는 와중에 대항마인 구글을 분할한다면 또 다른 독점기업을 낳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공존한다. 안드로이드가 구글에서 떨어져 나온다면 모바일 시장 내 애플 지배력이 더욱 공고해질 가능성도 있다. 극단적인 처벌안을 내놓을 시 법원의 허락을 얻을 가능성이 적을 뿐더러 최종 승소하더라도 또 다른 독점기업을 양산했다는 비판이 따를 수 있는 셈이다.
이에 법무부 측이 한 발 물러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정부가 재판에서 문제가 된 독점 계약을 금지하도록 요청할 가능성이 크다”며 “구글이 경쟁사와 더 많은 데이터를 공유하도록 요구하는 등 해체보다 덜 심각한 요구에 머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9일부터는 법무부가 제기한 또 다른 디지털 광고 시장 독점 관련 소송 재판이 버지니아에서 시작된다. 법무부는 지난해 1월 구글이 2008년부터 광고 시장의 구매자·판매자·경매자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며 이해상충 문제를 야기했다며 소송을 냈고 구글의 광고 기술 부문 매각을 요구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건은 알파벳(구글 모회사)이 유사한 소송에서 패소한 뒤 훨씬 더 큰 의미를 갖게 됐다”며 “2조 달러에 육박하는 빅테크 회사가 재편되거나 분할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